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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다코타·엘르 패닝 자매의 패션 레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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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19·왼쪽)와 엘르(15) 패닝 자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이 좋아하는 옷, 보석을 직접 골라 스타일을 연출했다.다코타는 빨강·초록·노랑·파랑 등 다른 색상의 유색 보석이 조합된 ‘제이. 에스티나 네오 글램’ 라인을, 엘르는 흰색 블라우스 위에 ‘제이. 에스티나 로사’라인을 택했다.

다코타(19)와 엘르(15) 패닝. 할리우드의 두 10대 스타를 만났다. 2001년 배우 션펜과 함께 주연으로 나선 영화 ‘아이엠샘’으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이들이다.

출연 당시 두 살에 불과했던 엘르는 언니 다코타의 아역으로 이 영화에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 다코타는 일곱살 지능에 머문 아빠 션펜을 극진히 돌보는 딸로 주연 연기를 해냈었다. 최근엔 자매가 각각 할리우드 명감독들의 주연 요청을 받을 정도로 입지가 굳건하다. 연기 경력 10여 년의 두 사람은 이제 할리우드의 ‘대표 소녀 스타’이자 ‘패셔니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자매는 액세서리 브랜드 ‘제이. 에스티나’ 광고 모델이 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패닝 자매를 인터뷰했다. 이들의 매니지먼트 쪽에서 “두 사람이 각각의 활동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니 인터뷰는 따로따로 하고 싶다”고 요청해 만남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외려 두 사람의 스타일 비교가 더 쉬웠다. 순차지만 자매가 방한 기간 함께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중앙일보 week& 뿐이다.

한 TV 연예 프로그램엔 언니 다코타만 출연했다. 19세·15세 두 소녀 스타의 ‘소녀 스타일’에 대해 알아 봤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코타 스무 살 문턱에 선 소녀

조금 상기되고 긴장한 표정의 엘르와 달리 다코타는 훨씬 여유 있어 보였다.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1년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다코타의 표현처럼 ‘4살이나 많은 언니’여서 그런지 인터뷰 내내 차분했다.

 “오늘 입은 옷은 제가 다 골랐어요. 이번 여행에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없거든요.” 그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가죽 치마는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로 골랐다. 치마 아래엔 도톰해 보이는 소재의 목이 긴 검정 양말을 신었다. 전체적으론 차분해 보이는 의상에 목걸이와 귀걸이, 팔찌를 했다. 그는 액세서리를 어떻게 활용할까.

 “기분에 따라 열손가락 모두에 반지를 낄 때도 있어요. 오늘은 목걸이·귀걸이·팔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반지는 없어요. 하지만 평소엔 반지에 더 신경을 쓰죠. 보석이 없으면 기분이 좀 가라앉는 것 같아요. 액세서리는 하나만으로 정장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차림새라면 보석 하나쯤은 있어야죠.”

 그는 평상시에 “입었을 때 편안한 차림새를 선호한다”고 했다.

 “불편한 옷을 입으면 내가 아닌 것 같아요.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면 자신감을 갖고 옷을 선택해야 가장 멋진 차림을 완성할 수 있죠.”

 그는 소녀가 아닌 ‘멋진 여성’으로 보이려면 “바지, 검정 재킷에 하이힐이나 부츠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런 차림에 주얼리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겠죠. 재킷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조금 늘어진 목걸이 하나 정도가 가장 적당해요.”

 ‘멋진 여성’보다 ‘귀여운 소녀’로 보이고자 할 때 다코타의 선택은 뭘까. “정말 나풀나풀대는, 꽃무늬 들어간 드레스가 딱이죠.”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 출신의 패닝 자매는 영화 배우가 되면서 서부의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할리우드가 위치한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년기 대부분을 보낸 다코타는 얼마 전 뉴욕에 따로 집을 얻어 독립했다.

 “더 어릴 땐 엄마가 ‘이것 입지 마라’ ‘저것 입어라’하셔서 조금 갈등을 겪긴 했어요. 또래 소녀들처럼요. 그런데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하니 이제 그럴 일이 없어졌네요.(웃음) 요즘 엄마는 잔소리를 전혀 안 하세요. 속으론 당신 맘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요. 다만 늘 이렇게 말씀하시죠. ‘너답게 입어라. 무엇이 유행이라고 하니 그것만 좇지 말고’. 이 말씀이 지금 제 스타일에도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

 40대인 다코타의 어머니는 가정주부로 자매를 돌봤다. 다코타의 표현을 빌리면 “매우 고전적인 스타일의 여성”이란다. “엄마는 1960~70년대에 우리와 비슷한 또래였겠죠. 제 패션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준 사람이 엄마예요. 그래선지 70년대 의상에 눈이 많이 가요. ‘빈티지’라 불리는 것들이죠.”

 그는 ‘빈티지 의상 쇼핑법’을 일러줬다.

 “빈티지 의상을 파는 가게엔 옷이 정말 많아요. 신상품 파는 곳처럼 스타일이 딱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저처럼 어린 숙녀들이 이런데 가면 옷에 압도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주눅들 필요 없어요. 당당하게 이것저것 입어보고, ‘내 옷이다’ 생각하는 걸 골라야 해요. 그래야 무작정 사들고 간 다음 정작 집에서 ‘쇼핑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을 거예요.”

 다코타는 화장도 “스스로 할 때가 꽤 많다”고 했다.

 “진한 화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 눈이 굉장히 크잖아요. 그래서 눈이 그윽하고 깊어 보이게 눈화장에 신경을 쓰죠. 아이섀도 색깔을 고를 때 특별히 선호하는 색은 없고, 그날그날 의상 색상에 맞춰서 눈화장 색도 정해요.”

엘르 교복 패션에 나만의 개성을

올해 나이 열다섯. “평소 교복을 주로 입는다”는 여고생 엘르 패닝은 “너무 너무 너무 가고 싶었던 ‘헬로 키티 카페’에 어제 언니와 함께 갔었다. 정말 즐거웠다”는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락없는 소녀였다. ‘헬로 키티’는 분홍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캐릭터로 국내 여중·고생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국에 언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오게 됐네요. 사흘밖에 안 되는 짧은 일정이지만 광고 촬영도 하고, 짬을 내서 홍대 앞도 가보고, 가로수길에도 가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재잘대는 모습에선 연기 경력 10년을 넘긴 베테랑 배우의 모습보다 오랜만의 여행에 신난 소녀의 발랄함이 더 많이 비쳤다.

 “평소 흰색 칼라 있는 셔츠와 재킷, 치마로 된 교복을 입는다”는 엘르는 “등교할 때마다 교복에 어울리는 주얼리와 외투 등을 고민한다”고 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그래서 더 돋보이게 하려는 몸부림이죠. 교복 패션에 변화를 준다고 할까. 예를 들면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올라와 정강이를 덮는 길이의 양말 ‘니하이 삭스’를 신는다든가, 재킷 위에 블레이저 코트(대개 화려한 색상에 굵은 줄무늬, 금속 단추, 견장 등이 달려 있는 외투)를 걸친다든가 하는 게 제 방법이에요. 보통 교복 차림엔 굽 없는 구두나 편안한 운동화를 신지만 때론 부츠를 신는 것도 감각을 뽐내는 나름의 비법이죠.”

 그는 “목걸이로 개성을 표현하는 것도 교복 패션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여러 개를 겹쳐서 하는 거예요. 길이도 서로 다르고, 소재도 서로 다른 걸 겹쳐 걸죠. 서너 개쯤. 꼭 교복에만 그런 건 아녜요. 학교에서도 일주일에 하루는 교복 대신 평상복을 입을 수 있거든요. 평상시에도 이런 식으로 나를 표현해요. 단정하게 보이고 싶을 땐 팔찌 한 개만, 자유롭게 보이고 싶을 땐 온 팔을 다 팔찌로 휘감을 때도 있어요.”(웃음)

 그는 “자유복을 입고 학교에 가던 어느 날인가, 통이 넓은 남자 바지를 입고 간 적이 있다”고 했다. “낡은 듯한, 오래된 옷장 속에 있는 것 같은 ‘빈티지’ 패션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바지를 택했죠. 그냥 입기엔 부담스러워서 허리춤까지 최대한 끌어 올려서 ‘하이 웨이스트’ 패션을 만들었어요. 어찌나 멋졌는지 친구들도 모두 좋아했어요.”

 잡지와 인터넷에서 60~70년대 사진을 찾아 보고 “패션 정보를 얻는다”는 엘르는 “80년대 유행이었던 청재킷으로 교복 패션에 멋을 더하기도 한다”고 했다. “교복 재킷 위에 이걸 덧입을 수 있게, 학교에서 허락해 줬거든요. 복고풍이죠.”

 언니 다코타의 ‘더 어린 시절’ 아역으로 첫 데뷔를 한 엘르는 “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거나 언니를 경쟁자로 여긴 적이 없다”고 했다. “언니는 항상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에요. 언니와 경쟁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다코타는 엘르와 생각이 달랐다. 그는 “직업적으론 동생과 경쟁해 본 적이 없지만 집에선 늘 질투의 대상”이라고 표현했다. “어느 집이든간에 부모님이 ‘언니니까 참아’ ‘언니가 양보해야지’하는 것들이 큰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란다.

 고교생인 엘르는 “(패션에 대한) 엄마의 잔소리를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라고 했다. “엄마는 지나치다 싶은 걸 말리세요. 팔찌를 너무 여러 개 겹쳤다든가 하는 것 말이죠. 그럼 하나둘 덜어내고 말아요. 굳이 거스를 필요 없으니까. 중요한 건, 내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주변의 조언에도 귀 기울이는 것 아닐까요.” “아직 남자 친구가 없다”는 엘르는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 패션’에 대해서 한마디 덧붙였다.

 “색상이 지나치게 화려한 것, 너무 이것저것 치렁치렁한 것, 별로예요. 깔끔하게 청바지에 티셔츠 정도, 여기에 재킷 하나면 되는데 너무 치장한 남자 패션은 좋아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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