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까워서 따뜻해서 한적해서 … 그 섬에 가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오키나와 도가시키섬의 도가시쿠비치. 부드러운 해풍과 작열하는 햇살이 한겨울임을 잊게 했다.
19세기까지 오키나와에 존재했던 류큐 왕국의 전통춤. 생선 광주리와 노를 이용해 오키나와 어민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추워도 너무 춥다. 연일 최저기온이 섭씨 영하 10도를 한참 밑돈다. 어디 따뜻하고 한적한 곳 없을까. 기왕이면 훌쩍 다녀와도 좋을 만큼 가까운 곳 말이다. 있다. 겨울 평균 기온이 16도를 웃도는 아열대해양성 기후에, 크고 작은 섬 160개가 투명한 바다에 지푸라기[繩]처럼 떠 있는[沖] 일본 최남단 섬의 도시, 오키나와(沖繩)현이다. 2011년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와는 1760㎞ 거리다. 후쿠시마~서울보다도 더 멀다. 해류도 오키나와에서 후쿠시마로 흐른다. 걱정할 게 없다는 얘기다.

글·사진=나원정 기자

쪽빛 바닷속에서 열대어와 산책

투명한 물빛과 색색의 열대어가 어우러진 도가시쿠비치는 스노클링 명소다.

“맨소~레(めんそ-れ)!” 지난해 12월 24일. 오키나와 본섬에 도착하자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눈이 부리부리한 오키나와 토박이가 환영 인사를 한다. 일본어로 ‘어서 오세요’는 ‘요코소(ようこそ)’ 아니었나? 가이드가 귀띔했다. “오키나와는 19세기까지 ‘류큐 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어요. 사람들 생김새도, 문화도, 방언도 일본 본토랑은 많이 다르죠.”

 이튿날 아침, 스노클링을 위해 ‘도가시키섬’으로 향했다. 기온은 20도, 수온 23도. 바닷바람이 상쾌한 화창한 날씨였다. 오키나와 본섬의 도마린항에서 페리로 1시간20분여 만에 도가시키섬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마다 12월부터 4월까지 도가시키섬 근해에는 혹등고래가 번식을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새파랗게 넘실대는 파도가 흡사 수백 마리 고래 떼의 군무처럼 보였다.

 도가시키섬의 스노클링 명소는 ‘아하렌비치’와 ‘도가시쿠비치’다. 부드러운 백사장과 잔디공원이 어우러진 도가시쿠비치를 택했다.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니어선지 한낮의 해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해변에서 250m쯤 떨어진 곳에 배를 정박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코랄블루의 바다는 4~6m 아래 바닥까지 투명했다. 화려한 산호군락 사이로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꼬마전구마냥 반짝였다.

 오키나와에는 스노클링뿐 아니라 침몰한 선박·유적과 해저동굴을 탐험하는 체험다이빙, 수상스키, 카약 등 해양레포츠가 다양하다. 본섬 근해에는 벚꽃새우를 먹고 사는 8m 안팎의 고래상어와 헤엄치는 다이빙 포인트도 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바다 생물은 본섬 북부 ‘해양박공원(海洋博公園)’의 ‘쓰라우미수족관’에서 고스란히 복습할 수 있다. 해양박공원에서는 하루 3~4번 무료 돌고래 쇼도 열린다.

오키나와 본섬 온나산 자락의 스포츠 테마파크에선 짜릿한 자일타기를 즐길 수 있다.

맹수 만날 것 같은 정글탐험

자동차를 타고 오키나와 본섬 북부로 달렸다. 산지가 밀집해 주민도 거의 없는 북부 지역을 일본에서는 ‘얀바루(山原)’라 부른다. ‘산 山(산)’에 ‘언덕 原(원)’을 써서 이름부터가 ‘산’ 그 자체다. 산세는 험하지 않았다. 오키나와 제도를 통틀어 최고봉인 이시가키섬 오모토산이 해발고도 526m 정도라고 했다.

 야에산 기슭의 ‘얀바루 휴양림’에 들어섰다. 고생대부터 존재했던 양치식물이 빽빽한 밀림을 이루고 있었다. 산책로가 잘 닦여 있었지만 맹수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원시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가이드가 “얀바루를 제주도의 ‘곶자왈’에 비유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얀바루에서는 씨앗을 나뭇가지에 걸어두면 절로 싹이 튼다고 한다. 높은 나뭇가지마다 파리지옥을 닮은 식충식물이며 열대성 난 뿌리가 발처럼 늘어져 있었다. 나무에 미신이 얽혀 있기도 했다. 줄기에 동전 무늬가 빼곡한 고사리과 나무는 만지면 재운(財運)이 따른다고 한다.

 얀바루 휴양림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 달려 온나산 자락의 ‘포레스트 어드벤처 인 온나’를 방문했다. 사다리·줄·자일·그물 등으로 숲 속 골짜기를 종횡무진 누비는 스포츠 테마파크였다. 성인 1인 3500엔(한화 약 4만원)이면 1시간 동안 33가지 코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20m 낙차의 자일을 타고 저만치 바다를 향해 날았다. 산과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오키나와의 푸른 절경이 기분 좋은 산바람과 함께 가슴속에 와락 안겨 왔다.

●여행정보=저비용 항공사 진에어(www.jinair.com)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키나와 본섬 나하국제공항 간 직항을 하루 1회 왕복 운행한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35분, 나하공항에서 오후 1시45분 출발한다. 비행기로 2시간 남짓 걸린다. 겨울은 온후하나 바람이 세 가벼운 스웨터는 준비해야 한다. 특산품으로는 오키나와산 흑설탕으로 만든 도넛(사타안다기·사진), 밀가루과자(친스코)와 자색고구마과자(베니이모 타르트)가 유명하다. 오키나와 요리는 대개 돼지고기를 활용한다. 오키나와산 흑돼지 ‘아구’도 맛이 좋다. 이달 말엔 본섬 야에산·나고시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오키나와 지역 맥주(오리온맥주)와 향토소주 ‘아와모리’의 벚꽃철 한정판을 맛볼 수 있다. 오키나와 관광 정보는 오키나와 컨벤션뷰로 홈페이지(www.visitokinawa.jp/kr)에서 얻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