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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지급 받는 휴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린처럼 반짝이는 4월의 햇살이 묵중한 내 등덜미로 눈부시게 엉겨붙는다. 뽀얀 아지랭이를 타고 다가서는 남녘의 화신들.
깊숙한 전선의 골짜기에서 한번 나대로 멋있게 계절을 맞아보고 싶은 뿌듯한 욕망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선지 대부분의 병사들은 계절을 향해 뭔가 한바탕 중얼거리고 난 후, 자기대로의 조그마한 계절을 지급 받는 모양이다
○…『너 면회 온 거 모르니?』
『뭐?』
『빨리 나가봐. 위병소루』
휴일 아침 병사들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공연한 개구쟁이의 수작이 뻔하다.
그러나 번번이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대개 면회인이 여성일 경우, 주변의 화제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병사들의 마음은 휴일에 더욱 나약해지나 보다.
○…벽에 기대선 채 나는 텅빈 연병장을 내려다보고 있을때다.
『뒷산으로 가자. 음악이나 듣게』
까딱만 하면 정훈 교육 운운하는 석의 목소리다. <누가 오지 않으려나?>하는 가냘픈 바람을 아쉽게 접어두고 석을 따라 산으로 오르면서도 안경 속 약한 내 시력으로 한번 더 위병소쪽을 바라본다. 둘식 둘씩 병영 밖을 걸어나간다. <이성화·군우 1511105 제9861부대 감찰 참모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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