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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조기 건설을” … 다시 불거지는 유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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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시의회 남부권 신공항 추진 특별위원회 배지숙 위원장(가운데) 등 위원들이 9일 회의실에서 신공항 조기 건설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의회]

9일 오후 2시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 시의회 소속 ‘남부권 신공항 추진 특별위원회’ 위원 7명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부권 신공항 조기건설을 촉구했다. 배지숙(45) 위원장은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통해 “신공항은 남부권 2000만 지역민의 생존권이 걸린 필수 기반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공항 건설에는 대규모 국가재정이 투입되고 공사기간도 긴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조기에 입지 선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원서에는 경북·경남·울산시의회 대표도 서명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신공항 유치전이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구가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서면서 부산지역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두 지역은 동남권(영남권) 신공항 유치 과정에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후보지로 내세워 치열하게 유치전을 벌였으나 2011년 3월 두 곳 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의회의 입장 발표에 이어 시민단체도 나선다. ‘남부권 신공항 범 시·도민 추진위원회’는 오는 23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고 신공항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행사에는 김효준 한국항공정책연구소 고문과 경일대 김재석(건설공학부) 교수가 신공항 조기 건설의 당위성과 입지를 제시한다. 추진위는 경남 밀양시 하남읍과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창원시 대산면 일대를 후보지로 잠정 결정했다. 두 지역에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분리해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이전 후보지였던 하남읍에 산이 많아 건설비가 과다하게 들어가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추진위의 이수산(50) 사무총장은 “후보지를 확정한 뒤 이를 대통령직인수위에 전달하고 경북·경남·울산지역을 돌며 설명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나서는 것은 부산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선 기간 부산지역 인사들이 후보들에게 가덕도 건설을 줄곧 요구한 데다 현재 진행 중인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 타당성 조사용역이 사실상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추진위의 강주열(52) 위원장은 “지역갈등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후보지를 제시할 때가 됐다”며 “정부는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은 반발했다.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 범시민운동본부 서세욱 집행위원장은 “대구시의회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답게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운동본부는 부산시와 회의를 열고 대구지역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남부권 신공항=인천국제공항에 이어 영남권에 건설하려는 국제공항.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된 뒤 영남과 호남, 충남 일부 지역 주민 2000만 명이 이용하는 공항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름 붙였다. 부산을 제외한 영호남의 300여 시민사회단체가 2011년 12월 남부권 신공항 범 시·도민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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