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동네] '미술대가' 씨앗 어릴때 뿌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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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백남준.정명훈 등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예술전문교육을 받은 분들이 아니다. 국내의 교육열을 감안하면 이제 세계적인 예술가를 상당수 배출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미술분야의 경우 2만여명에 달한다는 미대 계열 입학정원이라든지 디자인.영상 관련 미술인구의 급증 추세 등, 문화대국으로서 양적인 자질은 갖춘 셈이지만 이들의 경쟁력이 세계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유대인의 교육방법에 "물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교육하라"는 말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지식을 들이붓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창의력과 상상력에 불을 지펴 가는 선진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외치고는 있다. 미술교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영아 시기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이 중등학교까지 70색상을 체험한다는 결과 분석에서부터, 미국이나 독일은 초등학교 수준에서 프랑크 스텔라.장 팅겔리 등의 현대적인 작품을 쉽고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100여점씩 감상.비평하며 미술사를 이해토록 하는 등의 사례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또한 선진국들이 수백개가 넘는 각종 어린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운영하여 문화체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반하여 우리는 오직 한군데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교육을 말하기 전에 이미 어린이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시기에 유아기의 빛나는 상상력이나 영감의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현장에 있는 분들이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갈수록 주제가 한정되고 색채는 제한되며, 자신감을 잃고 포기하기 일쑤다.

이는 문화경쟁시대의 창의성을 향상한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다. 하루속히 유아.초등교육에 미술교육 전문가를 투입하여 그 전문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주요 지역에 어린이 박물관.미술관을 건립함으로써 게임에만 몰두해가고 있는 그들의 상상력을 훨훨 날게 하는, 기반시설로 활용해야만 한다. 피카소는 일생 동안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놀라운 창의력을 동경하였고, 그들의 세계를 생각하면서 창작열을 불태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황홀한 영감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동기유발과 기회를 제공하고, 어린 시절부터 이성적 지식과 예술적 감성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교육체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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