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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배우 장민호의 자전적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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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의 최고령 배우 장민호(77) 씨의 자전적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공연 중이다.

원로 극작가 이근삼(72) 씨가 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이다. 이씨는 수년간 장씨에 관한 자료조사와 대담을 거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일종의 '헌정 연극'인 셈이다. 차범석(77) 씨의 '극작 50년' 기념작인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산울림 소극장) 과 함께 가을 무대를 달구는 노익장(老益壯) 연극이다.

장씨가 주연할 이 작품의 주인공은 황포. 70대 중반의 노배우인 그는 하루가 다르게 기억력이 떨어지고 귀도 어두워지자 배우로서의 불안감을 느낀다. 아내와는 이미 사별했다.

황포는 외동딸이 미국으로 시집을 가고, 노후를 대비해 모아두었던 돈마저 사기로 다 날려버려 말년이 고달프다. 그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웃과 후배 연기자의 도움으로 재기해 희망을 잃지 않고 싱싱하게 무대를 지킨다. 바로 장씨는 '이 시대의 황포'인 셈이다.

실제로 장씨는 10여년 전 아들의 사업 실패로 일생동안 모은 전재산을 압류당하고 그 충격으로 40여일간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절망의 순간을 보냈다.

황해도 재령 출신의 장씨는 1946년 월남해 이듬해 조선배우학교에 입학하면서 연극인생의 서막을 열었다. 50여년간 연극.영화.라디오 등을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주역 작품만도 1백70여편에 이른다. 소탈한 성격으로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김영수 연출로 장씨 외에 윤주상.김종구.김재건.추귀정 등 후배 연기파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11월 11일까지 동숭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02-923-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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