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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영화 띄우기 공권력에 금간다"

중앙일보

입력

영화광인 경찰관이 최근 조폭(조직폭력배) 을 미화하는 듯한 내용의 국내영화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나름대로의 3년간 분석 끝에 30일 '한국영화 속에 투영된 경찰상'이라는 보고서를 낸 강남경찰서 형사관리계 조태준(35) 경사.

그는 "영화 속에서 조직폭력배는 의리있는 사나이, 경찰은 무능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괴롭히는 존재로 그려져 약자의 등을 치는 조폭에 대한 청소년들의 동경이 도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趙경사는 1999년 12월 '주유소 습격 사건'을 보고 영화 분석을 결심했다. 경찰이 주유소에서 공짜로 기름을 넣다가 주유소를 점거한 깡패에게 혼이 난다는,황당한 내용이 경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

그는 이후 필기도구를 가지고 극장에 다니며 영화내용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趙경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흥행순위 10위에 랭크된 30편의 영화 중 경찰.조폭 소재 영화는 모두 7편. 이 영화들의 동원관객 인원이 전체의 41%나 돼 조폭 소재 영화가 관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영화 히트작인 '친구'에 대해 "10대들에게 '조폭은 의리있고 매력있는 진짜 사나이'라는 허상을 심어준 영화"라고 꼬집었고, '조폭 마누라'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허가받아 10대들도 아무 제재없이 조직폭력의 우월성과 폭력에 대한 동경을 키우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폭에 대한 긍정적 묘사는 우리 사회에 폭력에 대한 경계심을 와해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일 뿐 아니라 자칫 경찰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고 공권력의 권위에도 커다란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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