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한국식 워크아웃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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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일본 정부와 은행들이 부실해진 대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민.관합동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실시키로 하고 제1호로 세이부(西武)백화점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1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했다.

경영이 어려워진 세이부백화점이 채권은행들에 2천3백억엔(약2조3천억원)의 부채탕감을 요청하자 주거래은행이 산업재생기구에 세이부를 첫번째 워크아웃 기업으로 신청키로 한 것이다.

산업재생기구는 이를 받아들여 세이부의 부채 5천8백억엔 가운데 채권은행들에서 약 2천억엔의 대출채권을 사들인 뒤 주거래은행인 미즈호은행과 함께 대대적인 워크아웃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세이부는 채산이 맞지 않는 3~4개 점포를 폐쇄하고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인원을 1천여명 줄이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미즈호은행에 제출했다.

산업재생기구는 오는 4월 설립되는 정부기관으로, 은행이 심사를 신청한 부실기업에 대해 회생 가능성을 판단해 워크아웃을 하거나 정리절차에 넘기는 기능을 한다. 이는 일본 정부가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한국의 금융감독위원회와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참고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감자.대표 퇴진 등 경영책임을 묻는 절차가 명확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산업재생기구가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은행에서 부실채권을 여유있게 사들이도록 10조엔을 산업재생기금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는 일본 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요주의 여신(11조엔)의 90%에 달한 규모다.

1940년 설립된 세이부백화점은 연간 매출이 5천5백89억엔으로 다카시마야(高島屋).미쓰코시(三越)에 이어 일본에서 셋째로 큰 백화점이지만 호텔.스키장 등 레저산업에 무리한 투자를 하다 경영이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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