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계약하고 계약금까지 받았는데 속다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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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에 투자할 때 가장 큰 걱정은 공실입니다.

예상만큼 임대료를 받지 못하게 돼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것도 낭패지만 자칫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기라도 하면 투자수익률은 되레 마이너스가 됩니다.

요즘 같은 불황에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이죠.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는 상품이 선임대 상가입니다.

분양업체가 미리 세입자를 구한 후 상가 주인을 찾는 것이죠. 공실 걱정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세입자와 임대료 수준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입니다.

그런데 조심해야겠습니다. 임대 계약서까지 썼지만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독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오피스텔 단지의 한 상가를 분양 받았다는 독자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나씨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는 지난해 1월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의 한 오피스텔단지 1층 상가 127(분양면적) 34000만원에 분양 받았습니다. 이미 분양업체가 세입자를 구해 놓은 선임대 상가라 공실 걱정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와 정식으로 계약도 했습니다. 업종은 약국이었고 2년간 임대보증금 5000만원에 월 250만원을 받기로 임대차 계약서를 썼습니다. 계약금도 500만원을 받았습니다.

때맞춰 중도금은 납부하던 나씨는 잔금 납부일에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잔금 납부일에 맞춰 임대보증금 잔액을 지불한다던 세입자가 돌연 계약을 파기한 것입니다.

결국 나씨는 나머지 금액을 구하지 못했고 아직까지 잔금을 완납하지 못했습니다.

세입자가 돌연 계약을 파기하고 나니 나씨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가 계약 당시 분양업체를 통해 임대계약서를 썼고 세입자와 직접 만나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계약을 파기한다는 얘기에 계약서에 있는 세입자의 번호로 전화를 시도했지만 없는 번호라고 했습니다. 분양업체에 바뀐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임대계약 후 계약금 받았어도 안심 못해

나씨는 말했습니다. 임대계약서만 쓴 것이 아니라 계약금도 받아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나씨가 분노한 것은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분양업체 직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때문입니다. 분양업체 직원이 해당 상가를 판매하고 얻는 수익은 4000~5000만원입니다.

나씨의 상가를 판매한 직원은 나씨에게 이 상가를 팔고 5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거짓 세입자를 내세워 임대계약서를 썼다고 가정한다면 분양업체 직원 입장에서는 나씨에게 계약금 500만원을 떼여도 4500만원의 수익금이 남는 셈입니다. 현재 나씨는 사기 분양으로 해당 분양업체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씨의 한숨은 깊어집니다. 소송에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만약 질 경우 소송에 든 비용을 날릴뿐 아니라 연 18%의 잔금연체이자까지 고스란히 물어야 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씨는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선임대 상가였기에 임대보증금까지 계산해서 빠듯한 자금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미 대출도 받았습니다. 250만원의 월세를 받아 대출이자를 내고 나머지는 두 자녀의 학원비로 쓸 계획이었습니다.

선임대 상가는 분양업체가 세입자를 대신해서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직접 세입자를 만나서 계약할 것을 권합니다. 직접 만나서 계약을 해도 나씨 같은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분양업체와 세입자가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는 경우죠.

세입자가 관련 업종 자격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음식점의 경우 음식점 사업자등록증을 볼 수 있고 미용실의 경우 미용자격증이 있어야 하죠.

나씨의 마지막 말은 '나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불황이 그늘이 짙어지는 만큼 편법·불법 분양도 늘어납니다.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 나씨가 상가를 분양받을 당시 쓴 임대차 계약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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