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일 양국선박의 충돌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3일 우리어선 영양호 (10톤)가 흑산산도 근해에서 일본냉동선 화광환 (2백억톤)과 충돌하여 영양호는 대파 침몰하고 선원 10명 중 5명이 죽고 1명은 실종, 4명이 화광환에 구조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우리는 우선 참사를 당한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문의 뜻을 표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러한 불행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충심으로 기원하여 마지 않는 바이다.
이미 불행은 발생한 것이므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나 다만 적절한 사후처리는 신속히 강구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 만약에 사건이 우리 영해 내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우리정부 당국은 독자적인 입장에서 조사를 행하고 책임의 소재를 명백히하여 민사상· 형사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나 사고의 발생이 대 흑산도서 북방 후, 전관수역외 33마일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법률상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 당국은 때를 놓치지 않고 이 수역이 공해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기국주의원칙에 의하여 일본정부 당국 자신이 사고조사를 행한 후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것을 성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정부는 이 사건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 후에 화광구에 실지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명백히 되면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 사실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지금 그 결론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나 우리는 몇가지 이유에 의거하여 화광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추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첫깨로 화광환은 2백억톤이라는 대선박이며 영양호는 불과 10톤의 소어선이다. 영양호와 화광환이 충돌을 하면 영양호가 전적으로 손실을 보게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이를 용역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화광환이 최대의 주의를 다하여 충돌을 회피하도록 노력했어야 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점에 관한한 영양호에 고의나 과실이 있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로 아직 확고한 단정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나 영양호가 불을 끄고 어로에 종사했기 때문에 화광환이 이를 보지 못하여 급기야 충돌에 이르렀다고 하는 주장도 있는 듯하다. 따라서 영양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영양호가 불을 끄고 어로를 했는지의 여부도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설사 불을 끄그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충돌의책임이 전적으로 영양호에 있었다는 결단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때에 화광환도 불울 끄고 있었다면 모르거니와, 불을 켜고 있었다면 영양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만약 화광환도 불을 끄고 있었다면 화광환도 동시에 책임을 부과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세째로 일본 어선은 항상 그 장비의 우수성을 자랑해왔으며 심지어 우리 전관수역을 침범하고도 자기네의 정밀한 계기장치롤 내세우면서 침범사실을 부인하기까지 해왔다. 그러면 그토록 정밀한 장비를 가지고 있는 일본 선박, 특히 2백억톤이나 되는 대선박이 레이더 장치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가지고 있지 않았으리라고 판단할 수도 없는 것이고 또 가지고 있으면서도 충돌을 회피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차후에도 한·일 양국의 어선 충돌이라는 것이 전무하리라고는 할 수 없다. 금후의 유사 사건해결을 위하여 선례를 만든다는 의미에서도 일본정부는 이때에 성의를 다 해야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우리 정부당국은 일본 정부당국의 처사만을 방관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조사도 행하며 우리 주장도 준비해야 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