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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장사로 시작해 30년 … “뜨내기 손님보다 단골들이 많이 찾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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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작업복을 판매하는 김남동씨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1년을 하루같이 지낸다고 말한다.

“옷 가게가 여간 많아야죠. 단골들 땜에 근근이 먹고 삽니다. 생각해 보니 진짜로 벌어 놓은 돈이 없네. 그래도 남한테 아쉬운 소리는 안 하고 살았으니 이만하면 부자 아니겠어요.”

중앙시장 99번 작업복 노점상인 김남동(68)씨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다. 큰 재빼기 쪽에 위치한 노점은 2평 남짓.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비가 오는 날이면 빗방울이 들이쳐서 좌판 위로 연신 비닐을 덮었다 폈다 반복하며 장사를 해 왔다. 그러다 지난 2008년 6월에 중앙시장에 지붕을 씌운 다음부터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오래 전 중앙시장의 장옥이 불에 타서 모두 뜯기고 난 후 노점에 자리를 펴고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한지 어언 30년이다. 여전히 노점은 바깥 날씨의 영향을 받지만 다행이 천안시와 상인이 반반씩 부담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천장이 높아 지붕의 벌어진 틈 사이로 눈·비가 날아들어도 따뜻한 전기방석에 앉아 장사할 수 있으니 이만하면 양반이지 싶다.

김씨는 젊은 시절엔 외장(外場)을 쫓아다녔다. 군대 제대 후 메리야스 장사를 시작해 병천·온양·천안·평택 등지의 5일장을 떠돌았다. 15년을 장돌뱅이로 살았는데 그 때는 5일장의 수입이 훨씬 나았다고 한다. 이곳 중앙시장에서는 성인 남자 작업복 종류만 팔고 있다. 작업복 바지, 조끼, 누빔 솜 바지, 청바지, 두툼한 점퍼를 판다.

농사를 짓거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뜨내기손님은 거의 없는 편이다. 단골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시골 노인들이 더 많다. 작업복은 일하면서 입는 옷이라 조금만 비싸도 안 팔리는 품목이다. 바지는 1만5000원 에서 2만원, 점퍼도 2만5000원 에서 3만원 선에 판매된다. 작업복은 상의와 하의 모두 골고루 나가는데 병천이나 풍세에서 오는 손님들도 있다.

 오랜 단골들 중에는 연로하신 노인들이 많아 돌아가신 분도 많다. “중앙시장의 상가는 자주 주인이 바뀌는데, 노점은 모두 오래된 분들이죠. 다 길바닥에 자리를 펴고 장사를 시작했던 사람들이니까요. 상가가 잘 되면 노점도 잘 되고 반대로 노점이 잘 돼야 상가도 잘되죠.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왔어요.”

 채소나 신선식품을 파는 노점이 남부광장 쪽에 더 많은 까닭에 큰 재빼기 쪽은 아무래도 사람이 뜸한 편이다. 북부광장에 주차장이 생길 예정이라고 하니 그러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노점의 작업복은 1년 중 11월이 제일 잘 팔린다. 겨울장사의 끝이자 성수기인 셈이다. 농번기인 봄에는 겨울 작업복을 그냥 입기 때문에 오히려 장사가 덜 된다. 요즘엔 동남아 노동자들이 많아져서 형편이 나아졌지만 구제를 취급하는 옷 가게는 늘고 문 닫는 상점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김씨는 옷 장사를 시작한 45년 전부터 원성동에서 살았다. 오전 7시면 나와 오후 6시면 들어가는 생활이 몸에 밴지 오래다. 오랜 노점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돈도 돈이지만 이웃 상인들과의 유대관계가 좋아 힘든지 모르고 장사하고 있다.

 “오장육부 홀랑 뒤집는 손님들이 왜 없겠어요. ‘쓸개는 집에 놔두고 나와서 집에 돌아가거든 넣고 자라’는 소리가 있어요. 간·쓸개 다 빼놓아야 장사를 합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 덕에 1남 2녀를 키우며 시집 장가까지 보냈죠. 안 사가는 손님은 돈 없어서 못 사가겠지, 사가는 사람은 돈 있어서 사 주시는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쉬울 게 하나도 없어요.” 문의 018-411-2486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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