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이래서 우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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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야구 10구단 주인이 되기 위한 뜨거운 경쟁이 시작됐다. 이중근(72) 부영그룹 회장과 김완주(67) 전북도지사가 7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방문해 부영·전북의 프로야구 회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어 이석채(68) KT 회장과 염태영(53) 수원시장, 이재율(53)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KT·수원의 신청서를 냈다. KBO는 10구단 창단 평가위원회의 보고를 받아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창단 구단을 결정할 예정이다. 본지는 양측 실무 책임자인 주영범(49) KT 스포츠단 단장, 한부연(62) 부영그룹 기획상무를 만나 ‘왜 우리가 10구단이 돼야 하는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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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넘어 1200만명 경기도민을 위한 팀으로
편파중계·GPS음식배달 등 첨단 서비스 할 것

주영범 KT 스포츠단 단장

- KT가 야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는.

 “KT 그룹의 비전이 프로야구단 운영 목적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KT 그룹의 계열사·자회사 간의 컨버전스(융합)가 우리의 비전이다. KT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2년 연속 유·무선통신 분야의 글로벌 수퍼섹터 리더로 선정됐다. 규모와 신뢰성에서 영속성을 갖고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KT의 고객 3000만 명이 잠재적 야구팬이다. KT가 민영화한 지 10년이 넘었다. 공기업이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할 것이다.”

 -‘빅 테크테인먼트’ 마케팅 전략을 내걸었는데.

 “야구장을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야구장에 오면 편파 중계를 들으며 내가 응원하는 팀과 선수만 비추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음식을 주문하면 위치정보 서비스를 통해 자리로 배달된다. 필요한 데이터와 영상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이미 KT가 확보하고 있다. 기술과 재미를 결합한 콘텐트를 만들 자신이 있다.”

 - 수도권 편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북도 인구는 총 187만 명이다. 수원시만 115만 명이고, 경기도 인구를 합치면 1200만 명이다. 이분들을 위한 야구단이 있어야 하지 않나. 단지 물리적·지역적 균형을 따질 게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

 - 현대가 수원에 있을 때(2000~2007년) 흥행이 부진했다.

 “현대가 공식적으로 수원을 연고로 한 적은 없다. 팬들이 애정을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KT는 수원·경기와 밀착해 마케팅을 할 것이다. 또 당시와 지금의 프로야구 열기는 다르지 않나.”

 - 2007년 현대를 인수했다면 수월했을 텐데.

 “당시엔 우리가 KTF를 합병하기 전이었다. 이사회가 야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통신을 비롯해 여러 사업을 하고 있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노조도 야구단 창단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 부영·전북이 만만치 않다.

 “부영이 공세적이다. 네거티브 전략도 쓰고 있다. 프로는 어차피 경쟁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리가 야구단을 운영하려는 열망은 더 간절해졌다. 여전히 우리가 유리하다고 본다.”

 - 기존 구단들은 KT를 견제할 것 같다.

 “현재 회원사들도 KT가 들어와야 프로야구가 발전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통신 라이벌전, 지하철 더비 등이 생기면 다양한 스토리가 나오지 않겠나. 10년 후 우승을 목표로 차근차근 전력을 만들어갈 것이다. 기대해 달라.”

김식 기자

팀 몰린 수도권, 인구 많다고 흥행 보장되나
구단 운영 자금 충분 … 전북 위해 10년 계획

한부연 부영그룹 기획상무

-부영이 10구단을 운영해야 할 이유는.

 “야구단 운영은 사회공헌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프로야구단 운영뿐 아니라 동호인·고교야구 활성화를 위한 10년 계획을 세워놨다. 수원은 기존 구장을 리모델링하지만 우리는 전북도와 협조해 야구장을 신축할 것이다.”

 - 전북이 10구단 연고지로 적합하다고 보는가.

 “쌍방울(1991~99년)은 성적이 좋지 않아 관중이 없었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면 경기당 8000명을 유치할 수 있다. 현대가 수원에서 우승을 했어도 경기당 관중은 2000~3000명에 불과했다. 인구가 많다고 해서 흥행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수원에 야구단이 생기면 수도권에만 5개 팀(기존 LG·두산·넥센·SK)이 밀집되는 점도 문제다.”

 - 부영은 스포츠단을 운영한 적이 없다.

 “핸디캡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자금과 투자 의지가 있다. KT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회장이 임기제다. 과거 야구단 운영을 하려다 발을 뺀 것도 이런 점에 근거한다고 본다. 하지만 부영은 1인 오너 체제여서 의사결정이 매우 빠르다.”

 - 그렇다면 투자를 철회할 때도 빠르지 않겠나.

 “일반 기업이 투자를 철회한다는 건 수입 요소가 없다고 판단할 때다. 부영은 매년 500억~800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충분한 자금이 있다.”

 - 건설기업이라는 게 약점일 수도 있는데.

 “우린 주택임대업이 주업무다. 건설업은 경기에 따라 흔들리겠지만 우리는 경기를 타지 않는다. 부영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이다.”

 - 프로야구 최초로 경쟁을 통해 창단 승인이 내려지게 됐다.

 “이런 경쟁을 통해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면에서는 투자 의욕을 키우는 것 같다. 혼탁하게 흘러가지만 않는다면 야구 발전에 긍정적일 것이다.”

 - 기존 구단들과 경쟁을 펼칠 준비가 돼 있나.

 “운영 인원을 최대한 많이 보유하면서 부영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에 많은 노력을 할 계획이다. 좋은 감독을 모셔오는 게 구단 운영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딛는 것이라고 본다. FA(프리에이전트)를 비롯한 좋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 생각이다.”

 -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는가.

 “열세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5대5로 본다. 많이 따라잡은 느낌이다. 상대 쪽에서 네거티브 선전을 흘리는 것을 보면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쪽으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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