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핀즈 경, 영하 90도 남극횡단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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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탐험의 ‘살아있는 전설’ 영국 탐험가 라눌프 핀즈(69·사진) 경이 영하 90도까지 내려가는 겨울 남극횡단 대장정에 올랐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지방 4000㎞를 해가 거의 없는 깜깜한 겨울에 가로지르는 탐험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AFP통신은 핀즈 경이 이끄는 탐험대 6명이 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 타운을 출항했다고 전했다. 일행은 이달 말 남극대륙에 도착, 현지적응과 준비를 마친 뒤 겨울이 시작되는 3월 중순 본격 탐험에 도전한다. 핀즈 경은 출항을 앞두고 “탐험이 끝날 때까지 별도의 구조팀이 동행하지 않아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탐험대는 6개월간 평균기온 영하 70도, 평균해발 3000m나 되는 남극대륙을 가로지르는 전인미답의 모험을 펼치게 된다.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를 탐지하는 레이더를 운용하는 스키어 2명이 앞장선다. 나머지 탐험대와 거의 1년에 걸쳐 사용할 장비·연료·식량을 실은 컨테이너를 끄는 트랙터가 이들의 뒤를 따르게 된다. 하루 평균 35㎞를 전진할 계획이다. 탐험하는 동안 혹한의 상황에서 여러 가지 과학실험도 실시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선기금모금 목적도 있다. 공동 단장 안톤 보우링은 “이번 탐험은 최후의, 가장 위대한 극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착지는 뉴질랜드 남부 맥머두 사운드다.

 영국군 특수부대 등에서 8년간 복무한 핀즈 경의 일생은 도전과 탐험의 연속이었다. 그는 도보로 남극과 북극에 도달했으며 1993년 여름엔 외부 도움없이 남극을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엔 65세의 나이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라 최고령 등반자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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