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임창용, 징크스 탈출하며 팀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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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삼성)이 포스트시즌에서의 오랜 부진을 털어내며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을 구했다.

팀이 1승3패로 뒤져 한번만 더 지면 승부가 끝나는 위기에서 5차전 선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6이닝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고 7안타 4사사구(볼넷 2개)로 3실점(2자책), 팀에 천금보다 귀중한 14-4 대승을 안겼다.

임창용의 호투 덕분에 삼성은 3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 사상첫 `가을 잔치' 왕좌 등극의 불씨를 되살렸다.

유례없는 타격전 속에 진행되고 있는 이번 시리즈에서 임창용이 거둔 승리는 양팀 통틀어 첫 선발승이며 임창용 개인적으로도 한국시리즈 13번째 등판만에 맛보는감격의 첫 승(3패6세이브)이다.

임창용은 4⅔이닝동안 4실점하며 물러났던 지난 2차전때보다는 훨씬 안정감있는구위를 선보였다.

당시 3회를 넘어서자 뚝 떨어졌던 직구 스피드는 이날 6회가 돼도 여전히 140㎞를 상회하며 타자들을 압도했고 위기관리 능력과 제구력도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정상급 피칭 그대로였다.

그리고 임창용이 선발로 마운드에서 든든히 버텨주면서 그동안 힘 한번 제대로못쓰던 불펜도 덩달아 살아나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창용은 또한 이날 승리로 99년 파란색 유니폼을 입으면서 생겨난 포스트시즌부진에서도 벗어났다.

해태 소속이던 97년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에 등판, 무실점으로 3개의 세이브를따내며 팀 우승에 기여했던 임창용은 삼성에 새 둥지를 틀면서부터 `가을 잔치'만되면 고개를 떨구었다.

삼성이 강타자 양준혁과 현금 20억원을 주면서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영입한 임창용은 정규시즌에서는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99년 플레이오프에서2패(2세이브),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1패(1세이브)를 당하는 등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시즌에서의 `철벽 마무리'의 위용을 완전히 잃었었다.

선발로 보직 변경에 성공한 올시즌에도 14승을 거두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중요한 2차전에서 제 몫을 못해 가슴앓이를 해야했다.

주축 투수인 임창용이 지긋지긋한 포스트시즌 부진에서 탈출한 것을 전환점으로삼성도 20년간 이어온 한국시리즈 악연을 떨쳐낼 수 있을 지 관심이다.(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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