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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미래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다이얼」을 A로 돌리자「텔리비젼」밑에 있는 이상한 기계는 별 잡음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흰 종이가 삐죽이 솟아오르고 있다. 그 위에는「중앙일보」라고 가로 쓴 제호 밑에 화성특파기자가 보낸「뉴스」가 찍혀 나오고 있다. 그는「다이얼」을 B로 돌렸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같은 내용의「뉴스」를 방송하고 있다. C로「다이얼」을 돌리자「텔리비젼」에는 그「뉴스」의 뒷받침이 될 천연색 영화가 나타났다. 그는 오른쪽에 있는 또 하나의「다이얼」을 조금 틀어보았다. 「스피커」에선 한창 영어방송이 흘러나오고「텔리비젼」화면도 바뀌었다.
이것은 아직은 공상과학소설의 한 장면에나 쓰인 이야기. 20세기의 인간으로서 갑자기 21세기의 세계를 구경하게된 신판「립·밴·윙클」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꾸민「사이언스·픽션」이라면 반드시 이런 장면이 나올만하다. 그가 만진 첫째「다이얼」은 신문·「라디오」·「텔리비젼」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다이얼」을 0에 맞춰두면 방에 아무도 없어도 신문사에서 무전 조종으로 시간에 따라 신문에 찍혀 나오게 돼있다.
둘째「다이얼」은 신문 선택용으로 각 신문사는 서로 주파수가 다른 전파를 쓰기 때문에 이걸 돌려보고 싶은 신문을 고를 수 있다.
이「다이얼」은 겹으로 돼 있어 방송의「볼륨」을 조절하게 돼 있다. 또 첫째「다이얼」을 0으로 돌리고「텔리비젼」「스위치」를 넣으면 본격적인「텔리비젼」방송만을 시청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세상은 언제나 올까? 끝까지 공상과학소설의 한 장면으로만 끝나는 이야기일까? 앞으로 40년 안에 이 공상은 상당히 실현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전파신문이란 그 초기실험이 재작년에 성공했다. 64년 10월「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매일 신문이 실험한 전파신문은「팩시밀리」(모사전송)방식으로 신문을 찍어내고 동시에「아나운서」의 방송이 들리게 한 것. 「아나운서」가「뉴스」를 읽고 동시에 신문원판을 전파기에 넣으면 신문의 검고 흰 곳에 따라 한「페이지」가 수십만 개의 점 단위에 의한 강약의 전류로 변하고 이것이 전파를 타고 방송된다.
이 전파를 잡아 그것이 다시 전류의 강약- 밝기가 다른 흑백의 점을 거쳐 종이 위에 원판과 같이 재현시키는 것이 전파신문이다.
앞으로 값싸고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소형수신기가 나오면 전파신문은 21세기 전에라도 대중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은 이미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많은 혁신을 거쳐왔다. 무선·유선으로 대륙간의「뉴스」를 순식간에 전해주는「텔리타이프」와「텔렉스」, 「키」만 눌러주면 주조·문선·식자까지 되어 나오는「라이노타이프」, 그 밖의 취재·인쇄·수송 등에 있어 신문의 속보성은 날로 높아져 왔다.<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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