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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리즈 7' 실제 살인 프로그램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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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 영화 '오,수정'의 첫 장면. 여관에 들어 선 주인공은 여자 친구를 기다리면서 액자 뒤에 손을 넣어 보기도 하고 천장의 전등 갓을 쓸어 보는 등 방 안을 뒤진다. 혹 '몰카(몰래카메라) '가 숨겨져 있지나 않은지 걱정스러워서다.


성행위를 포함한 타인의 사행활을 엿보고 싶다는 이상 심리(관음증) 는 시각 문화의 발달과 함께 그 요구 수준을 점차 높여 왔다.

보통 사람의 실제 성행위를 담은 '몰카' 비디오는 연기에 의한 포르노 영화에 식상한 이들의 은밀한 호기심을 파고들었기 때문에 바이러스처럼 번질 수 있었다.

한편 유럽 일부 국가의 TV방송은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처럼 24시간 내내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시각적 쾌락에 대한 점증하는 욕망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영화 '시리즈 7'은 TV가 마침내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도록 해 놓고 그것을 방영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본다.

'적수들(Contenders) '이라는 가상의 TV 프로그램 시리즈 그 일곱째 시간. 방송사가 무작위로 추첨한 시청자들은 최후의 생존자가 우승자가 되는 '살인 게임'에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주인공인 돈은 임신 8개월의 임산부. 그동안 연승을 거둬 온 돈은 이번 한 번만 이기면 명실상부한 챔피언이 된다. 여기에 도전하는 이들은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 실직과 마약중독으로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른 남자, 음모이론을 신봉하는 노인,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18세 소녀, 그리고 말기 고환암 환자인 제프 등 5명이다.

이들은 상대를 죽이려 온갖 작전을 짜고 방송국 카메라는 천연덕스럽게 이들을 쫓아 다닌다.

황당하고 섬찟한 설정이지만 감독 다니엘 미나핸은 "요즘 TV가 이 정도로 타락했어요"라고 고자질하는 듯하다.그러나 뒤집어보면 TV를 비판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관객의 저열한 쾌락에 맞장구치는 건 아닐까 의심이 간다.아마 TV쪽에서는 "영화, 너나 잘해"라고 카운터 펀치를 먹일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관객은□ 예고편, 뮤지비디오 등으로 꾸며진 현란하고 경쾌한 화면들. 그 속에서 무덤덤히 90분간의 살인게임을 즐긴 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당신이야말로 TV의 저속성.선정성에 대한 공범은 아닙니까"라는 질문이 뒤통수를 간지르는 걸 느낄 것이다.

18세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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