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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불란서|과연 「드·골」은 「국제 사회에서 뒤진」 인물인가|쌓인 감정 앞세운 이탈 선언 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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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란서가 나토의 군사적 통합에서 완전히 탈퇴하겠다는 「드·골」대통령의 결정으로 월남문제를 비롯한 착잡한 국제 정세에 또 하나의 회오리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불란서 국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불군의 통제하에 두고 서독에 주둔 중인 불군을 나토의 단일 명령체제 하에서 이탈시켜 불란서 본국의 명령 하에 움직이도록 하자는 것이 「드·골」의 이번 주장이다. 「드·골」대통령은 그 이유로서 다음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나토는 더 이상 1949년도에 조약을 맺을 당시의 국제 정세를 그대로 고집할 수 없다는 것. 둘째 불란서가 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것. 세째 미·소 양국의 핵 보유 세력 균형으로 더 이상 구주 대륙에 분쟁의 위험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동서 관계의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상의 「드·골」주장에 대하여 서구의 동맹 제국 및 공산제국의 반향은 어떠한가? 불란서에 주둔 중인 미군을 불 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존슨 미국 대통령은 그것은 불란서가 완전한 나토의 탈퇴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불란서의 조치는 동맹국에 대한 치명적인 일격이라고 말하여 나토 개편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는가 하면 미국 내에서도 나토의 수정론이 대두하여 이론 대립이 시작되었다.
영국서도 보수·노동 양당간에 「드·골」주장의 찬반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서독은 불군 통제하에 두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자기나라에 주둔 승인 2개 사단의 육군과 1개 공군부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동독 군세에 맞서는데 유리하다는 여론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나토와는 관계없는 불군이라도 동독의 공격에 대비하자면 서독 영토 내에 그냥 두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소련은 『불의 국제적인 지위 향상과 독립을 위한 훌륭한 전진』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중공의 인민일보는 『미 제국주의의 위축』이라고 좋아하고 있다.
그러면 나토의 군사체제에서 불군을 독립시키겠다는 진정한 「드·골」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르·몽드」지는 사설에서 「드·골」의 결정은 한 사람의 불군이라도 더 이상 미군의 명령을 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제일 큰 동기라 보고 있으며 「르·피가로」지도 16일 사설을 통하여 미국의 지불 없는 불란서의 진정한 국방을 생각할 수 없으며 이번 조치는 단지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집념의 결과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실 「드·골」의 결정은 소련이나 동구의 침략에 대비하여 완전한 자력의 국방력을 보유해서 나온 것은 아니다.
「드·골」 대통령이 주불미군에 불 국가 밑에서 계속 남든지 아니면 돌아가라는 주장은 다분히 쌓이고 쌓인 감정 문제가 앞서는 것 같다. 첫째 1964년도 콩고 반란 당시 주불 미군기지는 불이 반대하는 콩고 분규를 평정하는 중계소 역할을 했고 미국은 불란서가 반대하는 월남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으며 나토의 통일군이라지만 영국이 라인강밖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면서 큰소리 치고, 이태리는 독일에 군대조차 보내지 않고 있으니 불란서만이 다른 군 통합에 충실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역설한 적이 있다.
아직은 미·독 양국에서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주불미군이 철수하고 서독 정부가 주서독 불군의 철수를 요구하게 되면 나토의 전략적인 면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하여 불란서 최대 영간지인 「렉스프레서」지의 편집국장 「장·자크·세프방·쉬레베르」씨는 『유도탄기에서 있는 현 시점에서 군사적인 결합이 무너지는 날 나토의 존재가치는 전무한 것이다. 동구의 유도탄이 10분내에 구주제국의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때에 만일 단일 명령을 받는 통일 부대가 존재하지 않는 한 서구의 제군대가 완전히 반격 준비 태세를 갖추려면 70개월이 걸릴 것이다』라고 말하여 불란서가 탈퇴한 후의 나토의 단일 군사 체제가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끝으로 이번 「드·골」의 결정은 국제 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만일 미국이 불란서와 따로 협정을 맺어 불군 통제하에 미군을 그대로 불국 영토에 주둔시키는 한 가까운 시일 내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나 미국이 계속 「드·골」정책을 거부하고 드디어는 미군을 철수시키게 될 경우 미·불 양국간의 거리가 벌어질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1963년 맺은 불·독 우호조약이 다시 폐기되어 수개년내 존재하던 독·불 양국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며 서구 제국간의 귀렬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도권에서 벗어난 서구의 건설을 목표로 한 「드·골」의 대구주에의 꿈은 서독의 불참을 전제로 한다면 사실 불가능할 것이며 결국 불 외교정책은 2차 대전 이후에 일어난 한낱 「내셔널리즘」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드·골」은 「쉐레베르」씨의 말대로 『발전하는 국제 사회에 뒤진』인물인지도 모른다. <파리·장덕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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