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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축구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중공 팀이 우승을 했을 때, 그들은 그것이 『모택동 사상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선전하였다.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할 줄 모르는 공산주의자들의 사고 방식이기는 하나, 선전치고도 졸렬하다.
만약 그런 논법대로 간다면 하필 왈 탁구냐? 모택동 사상이 훌륭해서 스포츠도 잘하는 것이라면 탁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운동 종목도 전승해야 이치에 맞지 않을까? 어째서 모택동의 그 「훌륭한 사상」이 탁구공에만 미치고 럭비공이나 농구공이나 야구 볼에는 맥을 못 추는 것일까? 이런 자기 당착의 선전을 함부로 늘어놓는 것을 보면 그들의 IQ마저도 의심이 간다.
이번에는 북괴에서 축구 시합을 하자고 덤벼들었다. 언뜻 보기에는 속이 트인 제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고많은 종목 가운데 왜 하필 축구냐? 두말 할 것 없이 북괴의 스포츠 종목 가운데 비교적 자신이라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축구이기 때문이다. 여우를 자기 집에 청해놓고 음식을 모두 병 속에 차려 내놓은 「이소프」 만화의 까마귀 같은 속셈이 보인다. 까마귀의 그 초대는 겉으로 보기엔 친절이지만 실은 여우를 골탕먹이기 위한 소행이다. 만약 여우가 그 복선을 알고 그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느 편이 옹졸할까? 까마귀의 잘못이지 여우의 잘못은 아니다.
순전한 문화 교류처럼 겉을 꾸며놓고 그 뒤에서는 정치적인 주판을 튀기고 앉아 있는 그들의 저의를 아는 한 우리는 그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산권에선 스포츠도 예술도 모두가 정치의 선전 도구 그리고 정치적 복선이 있는 함정이란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축구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붉은 공」을 차자는 말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탁구공이 한번 구르는데도 「모택동 사상」의 세금을 붙여야만 하는 가련한 친구들 앞에서 「스포츠」의 순수성을 말하는 것보다는 쇠귀에 경을 읽는 편이 낫겠다. 북괴가 우리와 동일한 그라운드에서 「볼」을 차고 뜀뛰기를 하려면 그보다 앞서 스포츠 정신부터 똑똑히 배워야한다. 시합 신청보다는 먼저 「스포츠」 정신을 듣는 강의 신청을 해오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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