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용화교주 살해범의 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제=전주주재 고광준 기자】27일 새벽 원각사(전주시 동부 완산동 소재)에서 용화교주 서백일(79)씨를 살해한 소윤하(23)의 수기가 29일 김제군 금산면 청도리 백오동에 있는 그의 집에서 나왔다. 10여권의 「노트」에 수년 전부터 적어 내려왔던 소의 수기 가운데는 그의 시와 일기, 그리고 감상문 등이 담겨있었는데 내용은 한결같이 용화교에 대한 회의와 서 교주의 비행에 울분을 터뜨린 것들이었다.
「정의」를 위해 싸울 각오를 스스로 다짐한 이 수기 속에서 소는 서 교주를 제거할 뜻을 뚜렷이 밝힌 것으로 미루어 그의 범행은 장시일을 두고 계획했던 것임이 드러났다. 그의 어느 날의 수기한 토막을 소개한다.
(생략) 백일 사마여! 하늘은 분명 너를 좋게 보진 않았으리라. 분명히 어느 날엔 죄의 댓가가 내리리라. 사마여, 너의 온 기름투성이인 그 육중한 몸 가운데서 저 헐벗은 어버이들의 피와 땀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겠는가. 그리고 네가 착복하고 있는 번지르르한 비단조끼, 바지, 저고리양복, 구두, 양말, 하다못해 손수건하나라도-.
저 헐벗은 이들에게 정의를 베푼다면, 그리고 그네들의 노력과 옛 군상들의 상속을 되찾는다면. 너에게는 무엇이 남겠는가. 또 그네들에게 대한 너의 오만가지의 말. 그것이 모두가 거짓이 아니고, 무엇이랴!
(중략) 너의 의·식·주 해결 후 너는 또 막지 못할 악몽 속을 달리고있다. 그것은 난행죄다. 숱하게 어린 소녀를 울린 죄-. 그 얼마나 크냐. 천지신명도 필시 질려버렸을 것이다. 아, 말로 다 못할 흉악하고 더럽고 추악한 너의 행동이 세상 모두가 상대성 원리.
너는 반드시 그 죄악에 취한 잠을 깨어야하며 반복되는 그 마취 속에서 받을 것은 받고 너는 깨어야 하느니라. 속히 개과하라.
하늘은 나에게 시킨 일이 될 것이요, 또한 그 모욕 속의 울분을 머금은 자들에겐 기다림이 되리라고 생각하며 백인(백인)을 위하여 한들은 희생이 된들 무엇이 그다지 원통해지리오.(1964·음12·9)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