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뷰] '원조교제' 문제 정면으로 다룬 '학교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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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고 2학년인데요, 널럴하고 시간 많아요. 연락주세요. 삐-."

지난 14일과 21일 KBS의 청소년 드라마 '학교4'는 파격적인 소재인 청소년 성매매를 정면으로 다룬 '원조교제'1, 2부를 방영했다.

모범생인 주인공이 죄의식 없이 원조교제에 빠져들었다가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진다는 내용이었다. 시청률이 평소보다 2~3% 정도 올라 소재에 쏠린 관심을 보여줬다.

TV는 옳은 것만 가르치는 도덕 교과서일 수 없고,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민감하긴 해도 현재의 사회 문제를 소재로 택한 것 자체는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제작진의 입장도 분명했다.

2부에서 원조교제에 빠진 두 남녀를 처절하게 몰락시킴으로써 권선징악 식의 도덕적 교훈을 드러내려 애썼다.

결코 해피 엔딩으로 끝내지는 않겠다는 제작 의도까지 있었다니 선정성이란 덫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일단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극의 전개 과정에서 보인 몇가지 아쉬운 점들은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주인공의 몰락이라는 2부의 결말로 상쇄시키기엔 1부의 선정성이 지나쳤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묘한 대사들이 1부 곳곳에 등장했다.

"제 친구는 첫 경험이라서 좀 비싼데-", "전 돈이 필요하고, 아저씨들은 돈을 주고 싶어해요. 서로 돕고 있는데 왜 나빠요?"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대사가 이어졌다.

또 원조 교제로 받은 돈으로 페라가모 신발.홀베인 물감을 구입해 자랑하는 주인공의 행동도 자칫 주시청자인 학생들의 호기심을 부를 여지가 있었다.

특히 교사에 대한 학생의 불손한 태도와 부정적 매도는 그것이 비록 현실의 한 단편일지라도 정도가 심했다.

원조교제를 한 주인공이 그 사실을 알게된 담임 교사를 매장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선생님, 혹시 저한테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라며 당돌하게 흥정을 붙인다.

"그 선생님 술집에선 어떨 것 같애? 우리한텐 머리 단정히 해라, 명찰 똑바로 달아라 하지만 가장 술주정 심한 인간이 그런 인간일 걸?" 등의 대사가 여과없이 던져졌다.

제작진들이 고민을 했다면 우회적인 방식으로도 이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건드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학교 4'는 청소년 대상 드라마다. 주 출연진도, 시청자도 청소년이다. 특히 이번처럼 특집의 경우 민감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몇배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선정성 시비를 넘어 청소년들에게 미칠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마땅하다.

여과 없는 문제 제기는 당초 의도와는 반대로 독(毒) 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어느 정도의 현실 반영이 약이 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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