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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 DVD로 새로 담아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그 창문으로 빨리! 코난, 너라면 갈 수 있어!" "몬스키, 데리러 올게요.죽지 말아요.(…) 안되겠다. 여기 입이 잘 안 맞으니까 '몬스키' 대신 '알았어요'로 바꿀게요."

"O.K. 그럼 그 부분만 다시 합시다. 자, 몬스키부터!"

지난 18일 오후 5시30분 서울 압구정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 높다랗게 걸린 마이크 앞에서 헤드폰을 낀 대여섯명의 성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손을 허공에 내지르고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품이 카메라 앞에 선 것과 별 차이 없다.

애니메이션 팬들이 지금도 '푸른 바다 저 멀리~'로 시작하는 주제가를 즐겨 부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의 DVD 5~7편의 녹음 현장이다.

26부작을 모두 재녹음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KBS가 시간상의 이유 등으로 삭제했던 80여분 분량을 DVD를 발매하는 업체 측의 요청에 따라 추가 녹음하는 것이다.

'코난'이 처음 방영된 것이 1982년이니,근 20년 만에 '그때 그사람'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몬스키 역을 맡은 오수경씨를 제외하고는 옛날 멤버들 그대로다.

'미래소년 코난'은 지난 7월 방한한 '이웃집 토토로'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TV용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서는 KBS에서 첫 방영 후 MBC에서도 재방영이 됐었고 요즘은 케이블 JEI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올해 1월 시작해 이달 들어서 시청률이 최고 15%대를 기록했다.

주연급 중 최연장자는 다이스 선장 역의 탁원제씨다.

그에게 "20년전 방영 시각을 혹시 기억하느냐"고 묻자 "매주 화요일 6시15분"이라고 바로 대답이 나온다.

경력이 30년을 훨씬 넘는 베테랑이니 달리 연습이 필요없지 않을까. 잠깐 넘겨다본 그의 대본은 대사를 토막 토막 끊어놓고 음성의 고저 등을 표시해놓느라 온통 시꺼멓다.

"'코난'은 다시 해도 재미있어요. 내가 맡은 다이스 선장은 처음엔 악역인 것 같은데 점점 괜찮아지거든. 몬스키한테 쭈뼛쭈뼛 구애하는 모습도 코믹하고."

'드래곤볼''소년탐정 김전일'등 9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에 단골로 출연한 김환진씨의 모습도 보인다. 목소리가 귀에 익다.

"'미래소년 코난'은 제가 프리랜서로 독립하고 맡은 첫 작품이어서 더 기억에 남아요. 신인급이었으니 선원1.남자1같은 단역을 맡긴 했지만요."

주인공 코난을 연기한 손정아씨는 그다지 즐거운 표정은 아니었다. 추가 녹음이라 별로 신이 나지 않아서다. 토막 토막 끊어서 하려니 감정 이입이 잘 안된다고 했다.

"'코난' 재방송을 가끔 보는데 꼭 이북 사투리같아. 너무 이상해. 20년이 지나 재방영을 하려면 녹음도 몽땅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어란 게 세월이 흐르면 변하게 마련이잖아."

하지만 녹음실에 들어가는 순간 그런 불만은 싹 사라진 듯 했다. 라나의 고향인 하이하버에 쳐들어온 건보트를 폭파하는 장면. "그게 '쾅!'하고 터진다면 모두들 죽을 거예요"라는 대사에서 '쾅'하는 부분은 정말로 발을 구르며 동작을 취한다. 실감난다.

녹음이 거의 끝나갈 무렵 라나 역의 김정애씨가 숨을 헐떡거리며 도착했다. 어느새 목 아플 때 먹으라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사탕이 동이 났다. 레프카 역의 노민씨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혼자 모니터 보면서 연기하려면 쑥스럽지 않을까.

웬걸. "혼자 하면 더 리얼하게 해요 그분은." 다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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