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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임정화, 올림픽 금 "두고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최고를 위해 마련된 무대에 오르지 못한 최고가 있다.

'여자 전병관' '세계를 든 소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역사 임정화(대구 경상중3)는 이달 초 열린 전국체전을 무대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다음달 초 터키 안탈랴에서 열릴 세계여자역도선수권대회도 구경만 해야 한다. 이유는 단 하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1은 돼야 출전할 수 있는데 정화는 이제 고작 중3이다.

#입문에서 태극마크까지

지난 2월 정화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니 서울에 올라올 준비를 하라는 전화였다. 정화의 나이가 만 14세2개월이었다. 한국역도 사상 중학 재학 중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던 선수는 전병관(여자역도 상비군 코치)뿐이었다. 그래서 정화에겐 '여자 전병관'이란 애칭이 붙었다.

국가대표 두달 만에 중국 난창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당일 바벨 앞에 섰다. 그런데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처음이었고 상대를 너무 몰랐다. 그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전병관 코치는 평소대로만 하라고 했다. 인상·용상·합계에서 모두 2위에 그쳤다. 비행기까지 타고 왔는데 금메달을 못 땄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다들 잘했다며 칭찬해줬다. 비록 2등이었지만 한국 주니어 신기록을 두개나 세웠던 것이다. 역도 시작 2년 만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뛰는 것밖에 몰랐다. 6학년이던 1998년 소년체전에 나가 1백m에서 동메달도 땄다. 그런데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1m50㎝가 될까 말까 하는 작은 키로는 육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슬쩍 역도연습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 여자가 있었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그래, 역도다'.

#첫 출전, 그리고 두가지 꿈

역도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첫 대회를 맞았다. 99년 6월 전국여자역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세개를 땄다.

현재 정화의 경기 최고기록은 인상 82㎏과 용상 1백5㎏이다. 연습 때는 좀더 든다. 인상은 87.5㎏이고 용상은 1백10㎏이다. 한국기록(인상 87.5㎏.용상 1백8㎏)은 같은 체급(53㎏급)의 국가대표 에이스 최명식이 가지고 있다.

전병관 코치는 정화가 한국신기록은 물론 세계신기록 작성도 가능하다고 느긋하게 말한다.

"여자 역도선수의 전성기는 20대 초반인데 정화는 고작 15세입니다. 세계 주니어선수권 때 만난 정화 상대들은 19세 아니면 20세였어요. 정화가 우승한 뒤 중학생이라는 말에 외국팀과 대회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정화의 첫번째 꿈은 내년 부산아시안게임 우승이다. 그 다음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중국의 벽이 높지만 그리스에서 넘어봤다. 당시 상대는 19세였다. 3년 뒤면 고등학교 3학년이다. 자신있다. 그 다음 계획도 있다. 세계신기록 수립과 올림픽 2연패다.

#'엄뚱'이라고 부르지마

1백여㎏이 넘는 바벨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정화지만 그래도 10대 꽃띠다. 나름대로 이상형도 있다. god의 박준형처럼 남자답게 생긴 사람을 좋아한다.

정화의 별명은 '엄뚱'이다. 가수 엄정화와 이름이 같은 데다 뚱뚱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엄정화의 '엄'에 뚱뚱하다의 '뚱'.그래서 가수 엄정화도 밉다.친구들이 엄뚱이라고 놀릴 때마다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가수 엄정화가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냐고."

정화의 말이 맞다. 3년 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테네 하늘에 태극기를 올리고, 애국가를 울려퍼지게 할 사람은 엄정화가 아니라 분명 임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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