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온라인 거래 전산장애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최근들어 증권사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전산장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체 매매주문 가운데 70% 가량을 소화하는 HTS가 멈춰서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때에 매매할 수 없어 손해를 입게 된다.

데이트레이더 김 모씨(35)는 "HTS가 작동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시스템이 안정되지 못한 증권사의 HTS는 아무리 매매 수수료가 저렴해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는 백업시스템(재난복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HTS란 주식.선물.옵션 등을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만든 '증권매매 전문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 주요 장애 사례=지난 8일과 22일 대신증권의 HTS가 장애를 일으켰다.특히 22일 발생한 장애는 1시간여 동안 지속돼 투자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대신증권의 HTS에 아예 접속할 수 없었거나, 주문을 제대로 입력하지 못했다. 대신측은 "통신업체의 회선 장애로 인한 일시적인 사고였다"고 해명했을뿐,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또 23일에는 메리츠증권의 HTS에서 조회기능이 일시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8월말에는 현대증권 HTS의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장애가 발생해 1시간여동안 계좌조회 및 주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 잦은 업그레이드가 사고원인=증권전산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HTS성능 개선작업을 경쟁적으로 하는 바람에 시스템이 불안정하다"며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면 일정기간 동안 사용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해야 하는데, 증권사들의 잇따른 업그레이드(성능개선)작업으로 문제점을 파악할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상반기에 삼성.LG투자증권 등이 새로운 HTS를 내놓았고, 대신증권은 기존의 HTS를 대폭 개선했다.

또 하반기들어 대우.한화.대한투신증권 등이 HTS를 전면 개편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후발 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수시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책=전산전문가들은 백업시스템(재난복구시스템)구축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미국 테러사태와 지난해 발생한 동원증권 전산장애 사고로 인해 주요 증권사들은 백업시스템을 잇따라 구축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다음달 1일부터 광명 주전산시스템 및 재난복구시스템과는 별도로 서울 여의도 본사에 원격지 실시간 백업시스템을 정상가동할 방침이다.또 동양증권은 지난 11일 여의도 본사에 실시간 백업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상가동중이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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