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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살리자 … 삼겹살집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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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12년 마지막 날인 31일 손님들이 청주시 서문동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로 들어가고 있다. 삼겹살 거리는 쇠퇴해 가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들이 협심해 만들었다. 이 거리의 상인회는 올해부터 매달 3일을 ‘삼겹살 데이’로 정하고 삼겹살 1인분을 5000원에 파는 등 파격 할인과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시의 대표적 재래시장이었던 서문시장. 1964년 개설된 서문시장은 한때 수백 개의 점포가 문전성시를 이루며 청주 최고의 상권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1998년 고속버스터미널 이전 이후 도심공동화와 대형할인점 입점의 영향을 받으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상인들은 의욕을 잃었고 빈 점포는 점차 늘어갔다. 왕복 2차로 건너편 성안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것과는 대조됐다. 이런 모습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이러던 서문시장이 달라졌다. 2012년 초 삼겹살 골목이 처음 조성된 뒤 처음 5~6곳에 불과했던 삼겹살 가게가 반년 만에 10개를 넘더니 연말에는 15개까지 늘었다. 시장활성화에는 상인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 좌절감에 빠져 있던 상인들은 가게를 리모델링하고 간판도 새롭게 바꾸는 등 시장을 되살려 보자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질 좋은 고기와 청결한 환경, 친절한 서비스까지 갖추자 시장을 외면했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찾으면서 오랜만에 골목이 붐볐다.

 삼겹살 거리로 활력을 찾은 이곳 서문시장 삼겹살집 업주들은 올해부터 매달 3일을 ‘청주 삼겹살 데이’로 정하고 가격 인하를 비롯해 다양한 할인행사와 문화행사를 열기로 했다. 전국 유일의 삼겹살 거리인 서문시장을 알리고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에서 벗어나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첫 이벤트로 3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국내산 삼겹살 1인분(200g 기준)을 평소 가격보다 40% 인하한 5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할인행사에는 15개 점포가 모두 참여한다. 서문시장 내 다른 상가들도 삼겹살 데이 행사에 동참키로 했다. 해산물 도매상은 겨울 제철생선인 고등어와 동태, 생굴 등을 시중 도매가격보다 20% 저렴하게 내놓기로 했다.

대형할인점처럼 점포 앞에 판매대를 설치하고 판매사원도 배치할 예정이다. 식자재 도매상들은 삼겹살 거리를 찾은 방문객에게 계란 등 식료품을 할인 판매하고 도매가와 할인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가격표시를 할 계획이다.

 먹거리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 행사가 진행된다. 청주지역 대표 색소폰 동호회가 3일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거리공연을 펼친다. 이들의 연주에 맞춰 민속 춤과 가요가 선보이고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는 가요 경연대회도 펼쳐진다. 거리 곳곳에서는 호떡과 오뎅, 군고구마를 판매해 색다를 맛을 즐길 수 있다. 상인회는 매달 3일 열리는 삼겹살 데이를 요일에 관계 없이 치르고 계절별로 어울리는 할인행사와 문화행사를 열기로 했다.

 김상돈 상인회장은 “일부 손해가 예상되지만 시민이 사랑하는 삼겹살 거리를 만들기 위해 삼겹살 데이를 준비했다”며 “고객 편의를 위해 무심동로 제내지(둑 안 땅) 주차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와 서문시장 상인회는 청주가 삼겹살 소금구이와 간장구이(일명 시오야키)로 유명한 점에 착안, 관광객 유치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 처음으로 삼겹살 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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