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까지 지역구 ‘쪽지 예산’ 막판 끼워넣기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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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42조원의 2013년 정부 예산안 속에도 ‘쪽지 민원’ 예산이 작지 않게 담겼다.

 31일 국회 본관 638호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계수조정소위) 회의장 앞. 오후까지 예산민원을 적은 ‘쪽지’가 쉴새없이 회의장 안으로 전달됐다. 여야 계수소위 위원들에게 부탁한 사업예산 증액이 이뤄졌는지, 원예산이 삭감되지 않고 지켜졌는지 확인하려는 이들로 회의장 앞은 북적였다.

 강창희(대전 중구) 국회의장부터 이날 아침부터 예결위 관계자에게 보좌진을 보내 지역구인 대전의 숙원사업인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과 관련한 부지매입비가 반영됐는지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강 의장은 과학계의 부탁으로 남극 세종기지가 포함된 극지연구소 지원예산도 챙겼다고 한다.

 새누리당 계수소위 위원들은 정부가 올해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기준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사업 기본계획 용역비 50억원을 예산안에 끼워넣었다. ‘동서고속화철도 조기착공 추진’은 박근혜 당선인의 이번 대선 강원도 지역공약으로 약속한 사업이다. 동서철도는 올해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비용편익(B/C) 0.67, 정책종합평가(AHP)는 0.449로 각각 기준치 1.0, 0.5에 미달됐다.

 당 예결위 간사인 김학용(안성) 의원은 경기도 지역의 고양(대곡)~부천(소사) 복선전철사업을 광역사업에서 일반철도 사업으로 분류해 국고에서 사업비의 90%를 지원하는 조항을 예산안 부대의견서에 담았다. 광역사업의 경우 국고지원을 75%밖에 받을 수 없어 경기도 지역구 의원의 공통 민원을 해결한 셈이다.

국회의 부대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는 부대의견을 대부분 준수하고 있다. 여야 계수소위 위원들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인천 서구)에 대해 총사업비의 24%를 재정지원하되 60%는 2013년, 40%를 2014년에 지원한다는 내용도 예산안 부대의견에 추가했다. 김 의원은 지역구인 안성 금석천 44억원, 안성 제2산업단지 6억원 등도 증액했다. 민주통합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남양주갑) 의원도 지역구 숙원사업인 의정부법원 남양주지원 설치(26억원)와 한우플라자 건립사업(20억)을 반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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