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女의사 "수술 피하세요, 의사들도 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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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서울시립병원 정형외과 김현정(45·사진) 박사가 최근 출간한 책 제목이다. 김 박사는 “주변의 의사 친구와 동료는 수술이나 검사, 오래 복용해야 하는 약을 꺼린다”고 말했다. 환자를 수술하고 약 처방을 내리는 의사들이 정작 자신이 아플 때는 수술과 약을 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박사는 “수술 등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다 보니 수술이나 약 없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5년 전 김 박사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다 어깨를 심하게 다쳤다. 그러나 관절수술은 커녕, X선 검사도 받지 않았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최대한 팔을 사용하지 않고 어깨 높이 이상으로 올리지 않았더니 관절 통증이 사라졌다.

 김 박사는 “우리 의료계가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 한 환자가 “발목을 삐었다”며 찾아왔다. 골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X선 검사를 받도록 했다. 판독 결과 발목뼈에 미세한 금이 발견됐지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초음파 등 추가 검사는 하지 않았다. 깁스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관절 시술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관절은 수명이 10~15년이다. 젊은 환자라면 평생 서너 번 이상 새 인공관절을 심어야 한다. 교체할 때마다 주변 뼈를 더 많이 잘라내야 하므로 관절 상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리 몸은 상처가 났을 때 저절로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인공관절이나 임플란트 같은 것은 우리 몸의 입장에선 이물질”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1997년 신촌세브란스병원이 배출한 첫 여성 정형외과 전문의다. 정형외과 분야에선 여성 대학 교수(연세대 의대) 1호다. 그러나 2005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교수직을 포기했다.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고대 인도 의학인 아유르베다를 배웠다. 지난해 초에 이 책을 쓰고 여러 출판사에 출간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직접 출판사(‘느리게 읽기’)를 설립해 이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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