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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삼성화재배 바둑 먼저 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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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사진)9단이 한국 바둑의 세계대회 18연속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조9단은 13일 베이징(北京)의 쿤룬(崑崙)호텔에서 개막한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첫판에서 중국의 왕레이(王磊)8단과 3백51수까지 가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백으로 12집반을 이겼다.

조9단은 국내에서 신예들과의 거듭된 혈전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였으나 특유의 집중력과 강한 전투력으로 중국 랭킹 1위인 왕레이를 시종 압도했다.

왕레이8단은 지난해 중국리그에서 발군의 성적으로 1위에 오르는 등 최고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으며, 중국 기사로서는 드물게 강한 끈기와 뛰어난 수읽기 능력을 갖춰 이번 결승전이야말로 한국 바둑의 연승 행진을 저지할 절호의 기회라고 중국인들이 크게 기대해 왔었다.

그러나 이날 대국에서 50세의 노장 조훈현9단은 거대 대마들의 생사를 담보로 피말리는 패싸움을 벌이면서도 마지막 1분 초읽기로 1백여수를 버티는 등 26세의 젊은 왕레이를 정신력에서 크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우승상금 2억원의 삼성화재배 결승전 2국은 14일 벌어지며, 1대1이 될 경우 16일 최종국이 열린다.

○…조9단은 1989년 이후 녜웨이핑.창하오 등 중국 최강자들과의 대결에서 계속 역전승을 거뒀고 이번 삼성화재배에서도 8강전에서 중국 기사에게 1백% 진 바둑을 역전시키고 결승에 진출했다. 조9단은 지금까지 결승에 열번 올라 여덟번 이겼는데 외국 기사에겐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왕레이8단은 임전 소감으로 "결코 미혼탕(迷魂湯)을 먹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한마디는 13일자 일간지의 제목으로 커다랗게 뽑혔다. 조9단의 최대 장기인 '흔들기'에 중국기사들이 매번 당했던 것에 대해 팬들의 우려가 크자 王8단은 걱정말라는 뜻으로 이렇게 대답한 것.

하지만 이날 대국에서 그는 끝없이 혼전을 유도하는 조9단의 흔들기에 결국 말려들고 말았다.

베이징=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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