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단비 삼성-심술비

중앙일보

입력

"이게 웬 떡이야."(두산)

"어이쿠, 한풀 꺾이네."(삼성)

21일 한국시리즈 대구 2차전이 비로 취소되자 원정팀 두산과 홈팀 삼성 선수단의 희비가 엇갈렸다.

두산으로서는 보약 같은 하루 휴식을 덤으로 얻게 됐다. 이미 심재학 등 일부 주전선수의 체력 저하로 고민 중이던 두산은 오전 11시쯤 빗방울이 굵어지자 일찌감치 "경기 취소"를 외쳤다. 또 2차전 선발투수 구자운이 지난 16일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닷새를 쉬게 돼 묵직한 구위를 회복하게 됐다.

그러나 삼성은 "대구지역은 한때 강수량 5㎜ 정도의 비가 예보됐다"며 은근히 경기 강행을 바랐다. 삼성 선수들은 오전 일찌감치 훈련을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했고 구단에서는 홈플레이트와 각루를 방수포로 덮는 등 만반의 대비를 했다.

물론 두팀 모두 내세우는 명분은 달랐다.

두산은 "날씨도 추운 데다 그라운드가 미끄러워 선수들 부상이 걱정된다", 삼성은 "빗줄기도 마다하지 않고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린 관중을 외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두산으로서는 재충전의 휴식을 얻고 싶어했고, 삼성은 1차전 승리로 달아오른 상승세를 밀어 붙이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두팀 감독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경기 취소가 결정되자 김인식 두산 감독은 "야구를 해야 하는데 하늘이 안 도와주네"라며 여유를 부렸다. 김감독은 직접 그라운드로 나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올리며 "비여"하며 탄식을 자아내는 포즈까지 취하는 등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김응룡 삼성 감독은 "저쪽이 낫겠지"라며 짧게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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