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군 증파 결정 이후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는 1개 사단과 1개 연대의 대월 국군 증파 동의안을 가 95 반 27 기권 3으로 가결시켰다. 이로써 최근 한 달을 두고 국론의 분열대립을 자아냈던 증파문제는 국회 의사 확정에 관한 한 일단락을 지었다.
국회는 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국방위에서의 토론, 의결과정에 있어서나 본회의에서의 토론, 의결과정에 있어서나 집권당은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재야당은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던 고로 앞으로 이 문제는 두고두고 정권투쟁의 「이슈」로 등장할 것 같다. 우리는 이점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국회가 증파 동의를 한 이상 국군 증파에 대해 거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국군 증파는 이제 토론의 단계를 지나 실천의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써 끝난 것을 결코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월남전쟁에 얼마나 더 깊이 개입하느냐 하는데 관해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하고 증파에 대한 조건협상에 있어서 한국 외교는 반드시 유중지미를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무엇보다도 강력히 요망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다시는 증파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선언을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지되어 있는바 작년에 월남 전선에 전투병력을 투입할 적에 한·미 양국 정부는 한국의 전투병력 투입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언명했다. 그랬던 것이 불과 9개월도 못되어 미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또다시 수만 병력을 월남 전선에 투입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이 이상 더 증파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식언의 전례를 염주에 둔다고 하면 앞으로 전세추이에 따라서 우리가 또다시 증파하게 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에 앞으로 또다시 수만 병력을 월남전선에 투입해야 한다고 하면 한국의 안전은 중대한 위협에 부닥칠 것이요, 우리는 남의 나라를 돕기 위해 자기 나라를 비웠다가 스스로 화를 입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러므로 정부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증파를 할 수 없다는 공식 선언을 해 둠으로써 미측이나 월남측의 증파 요청 가능성을 사전에 엄중히 봉쇄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회 질의의 답변에서 정 총리는 만약에 미군이 17도선을 넘어 지상 북진을 하게 되면 국군도 같이 월북하겠다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하였다. 월남 전선에서 국군이 미군과 공동작전을 전개하고있고, 또 월남 전선의 주력부대는 미군이니 미군과 군사행동을 같이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미 지상군이 17도선을 넘어 진격한다면 월남 전쟁은 완전히 새로운 성격을 띠게 되고 그 수습전망이 좀처럼 서지 않는다는 것을 현재로서도 족히 예측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여건에서 미군이 17도선을 넘어 북진하는데 국군이 반드시 행동을 같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는 여러 가지로 정세 발전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국가 이익을 수호키 위해 우리가 취할 바 자세가 무엇인가를 지금부터 미리 결정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
끝으로 증파 조건을 둘러싼 한·미 교섭에 있어서 한국측이 얻은 것은 너무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여기 우리는 우리 정부 실무외교의 졸렬을 뚜렷이 찾아보게 된다. 그러나 대미 교섭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요, 또 한국 여론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건을 타결 짓는 것이 한국 정부로서 절대 필요한 것이라면 앞으로 우리 정부는 대미교섭을 보다 더 합리적이고 치밀한 계획 위에서 추진하여 실리를 얻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