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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임원 해외출장 중이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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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철강업체에 대해 2900억원대의 과징금을 물린다고 30일 발표하자 자회사인 포스코강판을 포함해 1176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는 포스코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소송은 물론, 공정위에 담합을 신고한 다른 업체 관계자를 무고 혐의로 고발까지 한다는 태세다.

 공정위에 따르면 포스코와 포스코강판을 제외한 5개 철강업체들은 대체로 업계 담당자 모임에서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 역시 철강 경기가 좋지 않아 인력 감축, 임금 삭감 같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막대한 과징금까지 낼 여력이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담합으로 가격을 올렸다면 이익이 나야 하는데 적자 상태인 회사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은 아연 할증료

항공사들이 국제 기름값 상승을 이유로 유류 할증료를 도입했듯이 철강업체들도 2006년 국제 아연값 상승에 따라 아연 할증료 부과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명백한 담합”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포스코가 9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한 이유다.

 김형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개별 업체가 독자적인 판단으로 할증료를 도입하면 괜찮지만 업계 차원에서 협의해 공동으로 할증료 부과를 결정했다면 담합이 성립된다”며 “2010년 공정위가 유류 할증료를 받은 21개 항공사에 대해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후 법원에서도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스코 측은 “아연 할증료 도입 결정은 독자적으로 이뤄졌으며, 이후 다른 업체들이 따라온 것”이라며 “우리는 아연 할증료를 논의하는 업계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공정위는 2006년 2월 7일 아연 할증료 담합을 위한 1차 모임에 포스코의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고 하지만 회사에서 확인한 결과 당사자는 6일부터 10일까지 해외출장 중인 것으로 밝혀졌고, 조사 과정에서 출입국 기록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임원 외에 업계 모임에 참석했다고 알려진 담당자는 당시 수출팀장으로 내수 업무와 관련이 없다”며 “공정위가 담합의 근거라고 제시한 상당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냉연·컬러 강판도 담합 판정

공정위는 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유니스온스틸 3개 사가 2005년 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냉연강판의 가격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들 업체의 영업 임원들이 ‘낚시회’ ‘소라회’ 등의 명목으로 서울 강남의 음식점이나 경기도 골프장에서 만나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실무자인 영업팀장들이 따로 모여 세부 내용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가 담합한 기준은 철강업계의 ‘맏형’ 격인 포스코가 결정한 강판 가격이었다. 경기가 좋아 냉연강판을 찾는 수요가 많다고 판단하면 포스코가 올린 것보다 더 높게 가격을 책정하고,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인하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업체들이 입을 맞췄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컬러 강판에 대해선 동부제철·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포스코강판·세아제강·세일철강 6개 사가 가격을 담합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김형배 국장은 “소비자 피해에 대해선 소비자 단체들이 해당 업체에 소송을 걸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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