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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법의 개정 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 문공위는 지난 16일, 현행 공연법에 대폭 수정을 가하는 개정법률안을 심의 통과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 30조 및 부칙으로 돼있는 현행 공연법 중 20개 조문에 전면적인 수정을 가하고 새로이 13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개정법률안은 요컨데 공보부의 연예활동 규제 범위를 넓히고, 그 사전검열제도를 더욱 강화시키려는 취지라고 생각된다.
제안 취지를 보면 현행 공연법이 원칙적으로 유료공연만을 규제하게 돼 있음을 기화로 무료 공연을 빙자하여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외국 공연물이 무질서하게 유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속한 공연물이 범람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 국민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므로 이를 규제할 수 없는 현행 법의 미비점을 보완함으로써 건전한 공연질서를 확립시키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사실 요즘 우리 국내에서 상영되고 있는「쇼」등 일부 저속한 공연물이 국민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연일 방송을 통하여 가정생활의 내부에까지 침투하고 있는 일부 저속한 오락「프로」가 국민의 올바른 정서생활과 자녀교육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있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식자층의 지탄을 받아오던 엄연한 사실이었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는 당국의 이번 공연법 개정시도를 원칙적으로 적극 찬동하는 입장에 있으나 다만 성안된 개정법률안의 개개조문은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짙고 또 자칫 잘못하다가는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인 의견발표와 표현의 자유를 불용의 하게 제약하는 등 교각살우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그 중에도 특히 개정법률안 제25조의2로 신설된 방송에 의한 공연의 규제조항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에 의하면 앞으로 방송국의 모든 연예오락「프로」는 사전에 당국자에 의한 대본·각본 등의 사전검열과 실연심사를 받아야 하기로 돼있기 때문이다.
만인 이 조문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현행 방송법에 의한 방송윤리위의 존립의의는 무색한 것이 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각 방송국이 내보내고 있는 각종「프로」전반에 걸쳐 그 어떤 것이 이러한 사전 규제를 받아야 할 연예오락「프로」인지에 대해서 그 한계를 짓기 곤란한 성격상의 난점 때문에 일어나는 각종 불미스러운 마찰을 해소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현행 방송윤리위의 자율규제가 동 방송윤리위가 가지고 있는 자발적 제약 때문에 때로 많은 애로에 봉착하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방송을 통한 모든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과 그 윤리성 견지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이와 같은 자율규제기구에 맡기는 것이 원칙상으로나 기술상으로 봐서도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것은 방송이라는「미디어」가 이제는 신문 기타의「매스·미디어」와 같이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규제 위에서만 비로소 건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첨단적인「매스컴」의 모체라는 원칙론에서도 그렇거니와, 또 촌각을 다투는 그 시사성과 시간적 제약을 고려할 때, 당국의 어떠한 선의의 공연물 규제 기획도 방송이 갖는 이러한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점에 대하여 당국의 숙고가 있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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