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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다시 달려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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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들어와 주가를 떠받쳐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년의 경우 실적 발표를 전후해 외국인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에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펀드에서도 돈이 빠져나가는 등 증시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증시 주변에선 일단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는데도 실적발표일 즈음엔 외국인들이 주식을 샀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전후해 '사자'주문을 내면서 종합지수를 끌어올렸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4월.7월.10월 중순에 외국인들이 이 회사 주식을 사면서 종합주가지수를 평균 80포인트 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방향을 좌우하는 미국 증시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솔솔 피어 오르고 있다. 교보증권 최성호 연구원은 "미국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4분기 순익이 2000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미 증시에선 지난해 2분기부터 사전 실적 발표 기간엔 수익 둔화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다가, 최종 발표 기간엔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른 만큼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증권 조대환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 분기에 비해선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가 1백85개사를 대상으로 4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전 분기에 비해 매출은 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가량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향후 실적이 외국인 매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지만, SK증권은 올 상반기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미 증시에서도 4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됐기 때문에 '실적 발표→뉴욕 증시 상승→외국인 투자심리 개선→한국 증시 상승'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16일)도 증시에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Fn가이드가 국내 14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매출액은 평균 10조6천억원(전기 대비 7% 증가), 영업이익은 1조8천억원(7% 증가), 순이익은 1조7천억원(2% 증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D램과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등 주력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향후 이익이 줄 것이란 예상에 따라 4분기 실적 효과는 흐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도 지난해와 달리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매수를 늘리지 않고 있다.

우리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북핵 사태 등 외부 악재에 짓눌린 주가를 회복시킬 실적 발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악재가 사라지면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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