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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훗카이도 사호로 클럽메드 빌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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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백설이 슬로프의 스키 자욱을 지워버렸다. 곤돌라 탑승장 앞의 한가로운 모습은 줄지어 곤돌라나 리프트를 기다리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정상에는 여러 갈래의 눈길이 펼쳐져 있다.

심호흡을 하고 자연설이 두툼히 쌓여있는 길을 여유있게 미끄러져 내려온다. 길을 가로막고 엎어져 있거나 무섭게 돌진해 오는 초보자는 없다. 리프트는 스키어 몇명만 태운 채 한가롭게 돌고 있다.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스키장을 꿈꾸게 마련이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리프트 타는 곳, 스키 날에 휩쓸려간 인공눈 아래로 드러난 얼음판, 슬로프 곳곳에 흉기처럼 도사리고 있는 사람들에 지칠 만도 하다.

그렇다면 올해는 큰 맘 먹고 꿈을 찾아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

비행기로 2시간30분. 그리고 기차나 버스로 두세시간 더 가면 된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신토쿠(新得)지역의 '사호로(佐幌)' 클럽메드 빌리지다. 16개 슬로프에 하루 이용 인원은 많아야 4백명. 슬로프 앞 뒤에 아무도 없는 이른바 '대통령 스키'도 즐길 수 있다.

객실은 총 1백85실.이렇게 호젓함이 유지되는 비결은 투숙객만 스키장을 이용하게 했기 때문이다. 투숙객에겐 1일 3식의 뷔페식사, 리프트.곤돌라 이용권을 제공한다. 식사는 특급 호텔 뷔페에 버금간다. 저녁엔 와인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수영장.사우나.나이트클럽의 출입도 자유롭다. 모두 숙박 요금에 포함돼 있다.

슬로프는 초급 6개, 중급 4개, 상급 6개를 갖추었다. 슬로프의 넓이와 길이, 경사도가 다양해 스키 실력을 늘리기에 좋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정상에서 내려오는 가장 긴(3㎞) 코스는 중급자가 즐기기에 무난하다.

일본 내에서도 가장 뽀송뽀송한 눈이 내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설질(雪質)은 최상이다. 겨울로 들어서면 일주일에 6일은 눈이 온다. 당연히 인공눈을 뿌릴 필요가 없다. 국내의 스키장과는 달리 요란한 음악이 없어 스키날에 눈이 밀려나는 소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넘어져도 그다지 아프지 않다. 오히려 눈 속에 파묻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선 대부분 스키 강습을 받는다. 강습료는 따로 내지 않는다. 스키는 7단계, 스노보드는 5단계로 강습 난이도가 나뉘어 있다. 완전 초보자부터 선수급까지 전문가로부터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강사들의 국적은 일본.호주.캐나다.프랑스 등 다양하다. 강습은 일본어와 영어로 진행되지만 기본적인 회화만 가능하면 배우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이용객 가운데에는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눈이 오지 않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일본인이다. 강습 시간 내내 정확히 줄을 맞추고, 강사의 지시를 빈틈없이 따르는 일본인 특유의 질서의식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리프트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한다. 위도가 높아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오후 4시부터는 조명을 켠다.

다 른 클럽메드 빌리지처럼 이곳에도 독특한 '밤 문화'가 있다. 낮에 스키 강사나 관리 요원 등으로 일했던 직원들이 이용객들 틈에 끼여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식사 후에 이들은 자체적으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이 끝나면 직원과 손님이 함께 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춤을 춘다. 객실에는 TV가 없다. 스키 외에 요가.수중 에어로빅.눈길 트레킹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홋카이도 전역에 널려있는 온천에서 몸을 풀 수 있다. 혹은 영화 '러브레터'의 무대인 오타루(小樽)와 눈의 고장인 삿포로(札幌)에 들러 설국(雪國)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사호로(홋카이도)=글.사진 이상언 기자

<여행쪽지>

사호로 빌리지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 클럽메드 코리아(02-3452-0123)(www.clubmed.co.kr)를 통해 항공편과 빌리지 숙박만 예약하거나 인근 지역 관광을 포함한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다.

클럽메드는 이번 겨울에 사호로 빌리지 3박, 노보리베쓰(登別)온천 1박, 삿포로 시내 관광을 포함한 4박5일 상품을 내놓았다.

신치토세(新千歲)공항에 도착한 후 기차나 버스를 타고 신토쿠 지역까지 가는 도로변은 눈으로 뒤덮인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빌리지 내에서는 음주, 기념품 구입, 스키 렌탈 이외에 돈 쓸 일은 없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빌리는데 하루에 5만원 가량 들기 때문에 직접 가져가는게 경제적이다.

스키장 리프트 위에서 맞는 바람은 차다. 고글.마스크.귀마개 등 방한 장비는 필수. 스키복도 두툼한 게 좋다. 수영복을 가져가면 이른 아침에 나 홀로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야외에 설치된 캐나다식 온천욕을 할 수도 있다. 빌리지내에는 어린이를 맡아 돌봐주는 곳이 있다. 어린이 스키 강습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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