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 살리기'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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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대 아트센터인 워싱턴 케네디센터와 뉴욕 링컨센터의 CEO가 최근 공연예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둘러싸고 한 차례 논쟁을 벌였다.

케네디센터의 CEO 마이클 카이저(48)가 지난해 12월 29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공연예술을 살리는 법'에 대해 링컨센터의 CEO 레널즈 레비(58)가 같은 신문에 반론을 게재한 것.

최근 예술단체의 정기 회원 가입이 줄어들면서 낱장 티켓의 충동 구매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공방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카이저는 9.11 테러 이후에 닥친 사회적 불안이나 경기 침체와 무관하게 공연예술이 만성적인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그가 내놓은 몇 가지 처방이다.

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기획공연을 개발해 무대에 올려야 한다(케네디센터는 지난해 손드하임 페스티벌에서 제작비의 70%에 해당하는 티켓 판매를 기록했고, 이후 1년간 국제 발레 페스티벌, 차이코프스키 페스티벌,프랑스 예술제를 펼쳤다).

② 비중 있는 공연을 기획해 최상의 결과를 낳으려면 전문적인 예술행정가와 잘 훈련된 예술경영인이 필요하다. 연주자는 남아도는데 매니저가 부족하다(케네디센터는 알베르토 빌라의 후원으로 예술경영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③ 백인 중산층 뿐만 아니라 소수 유색 인종까지 관객으로 끌어들이려면 공공 예술기관에서 조기 예술교육이 필수적이다(케네디센터는 교육 프로그램에 연간 1천5백만달러, 약 1백95억원의 예산을 들인다).

④ 음반산업의 붕괴로 매일 벌어지고 있는 공연예술의 기록 보존이 필요하다(케네디센터에서는 매일 '밀레니엄 스테이지'를 인터넷으로 무료 방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비는"카이저가 미국 공연계의 현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본 것 같다"며 뉴욕.시카고 등지에서 일고 있는 무용단.극단의 창단 붐과 필라델피아.로스앤젤레스.뉴아크 등에 속속 개관하고 있는 대규모 아트센터를 예로 들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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