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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가 낳은 생존하는 백제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백제 문화의 조사 연구에 반생을 바쳐오는 연재 홍사준 (60)씨가 국립박물관 부여 분관장직을 정년 퇴직하면서 14일 문화 훈장 (국민장)을 받았다.
흩어지고 돌보는 이 별로 없는 백제 문화의 파편을 캐내고 보호하기 34년. 고고 미술계서 이런 영광의 초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홍씨를 일러 『부여가 낳은 유일한 생존하는 백제인』이라고 한다. 그가 아니더라면 백제의 옛 모습을 찾을 도리가 없었다고 할 이만큼 그의 노력은 헌신적이었다. 27세 때 군에서 고적 보존 사무를 담당한 이래 그의 생활의 전부가 돼온 것이다. 처음에는 기왓장 하나 하나 주워 모아, 해방 후 어엿한 박물관을 부여에 창설했다. 워낙 푼푼한 박물관 예산이기에 홀로 도시락을 싸들고 옛 영토를 걸어서 섭렵했다.
그는 항시 「백제 정신」을 말한다. 나라는 신라의 말발굽 아래 짓밟혔지만, 신라 문화를 대성시킨 것은 백제인이었다고.
일본에 끼친 백제 문화의 영향은 사학계의 정설이거니와, 홍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신라의 대표적 미술품인 석굴암·다보탑·첨성대도 백제인의 얼로 이룩되었다고 고증한다. 「스파르타」를 지배한 「아테네」의 문화에 비유하는 그의 주창은 결코 향토애만이 아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재산이라곤 문화 훈장의 「메달」뿐. 지난 3월6일 정년 퇴직한 뒤 관사에서 옮길 집이 없어 머뭇거리고 있는 형편이며 그의 서재에는 사사로이 지닌 유물 한점 없다. 『못나서 한 직장에 쫓겨나도록 오래 있은게 아니오?』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하는 홍씨지만 「여생을 백제 문화의 정리」로 보내겠다고 변함없는 정열을 다짐한다.
충남 한산 태생. 그의 외동 아들이 동대에서 고고학을 전공, 아버지를 이어 일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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