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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연극인생 50년 기념무대

중앙일보

입력

원로 극작.연출가 차범석(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씨의 연극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30일부터 11월 25일까지 홍대 앞 산울림 극장에서 공연되는 「그 여자의 작은행복론」이 그것으로 차씨가 직접 쓰고 극단 산울림 대표 임영웅씨가 연출을 맡으며손숙씨가 주역으로 출연한다.

이번 작품은 남편의 전처가 낳은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그리스 신화 속 '페드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아들과의 금지된 사랑으로 고민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여성의 사후에 벌어지는 자식간의 갈등을 다룬다.

차씨가 극작가로 공인된 것은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밀주」가 당선되면서부터였지만 실제로는 1951년 극작.연출.주연을 맡아 공연한 「별은 밤마다」로 연극계에 입문했으니 올해가 50년이 되는 셈. 이번 작품은 실제 차씨가 2년 전에 썼던 것을 다듬은 것으로 처음부터 소극장무대를 염두에 두고 창작했다.

차씨는 "소극장과 대극장의 연극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인데 요즘은 구별 없이만드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 주로 대극장용 희곡을 써 왔는데 이번 작품은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 속에 관객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소극장용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록 사회적으로 금지된 것이긴 하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사랑을 표현해 보고 싶다"며 "특히 연극이 자꾸 충격적이거나 이색적인 것을찾는 등 사도로 가는 경향 속에서 잔잔하면서도 진지하고 정감이 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차씨는 희곡을 넘겨준 후 연습장을 찾지는 않는다고 한다. 연출자에 대한 신뢰때문이다.

차씨는 "임영웅씨는 그간 황당하거나 충격적인 것보다는 정통 리얼리즘 연극을추구해 왔고 내 작품의 의도를 잘 알고 연출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젊은 관객보다는 볼만한 공연을 찾기 힘들었던 성인들이 공연장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밝혔다.

한국 극작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썼으며 사실주의 연극의 확립에 공헌한차씨는 「산불」「학이여 사랑일레라」「불모지」「바람 분다 문 열어라」「태양을향하여」 등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국제극예술협회(ITI) 상임위원, 국제펜클럽 이사, 청주대 예술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예술원상, 동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공연에는 손씨 외에도 이찬영, 예수정, 전현아, 최석진씨 등이 출연한다.

공연시간 화.수.목.일요일 오후 3시, 금요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3시.7시.☎ 334-5915, 5925.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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