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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대가 석전 황욱선생 유작전 열려

중앙일보

입력

서예가 석전 황욱(石田 黃旭.1898~1993.사진) 선생의 대규모 유작전이 20~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석전은 붓대를 손바닥 전체로 쥐고 쓰는 악필법(握筆法) 을 개발해 한국서예의 새로운 경지를 연 것으로 이름높다.

그는 전북 고창의 한학자 집안에 태어나 6세때 부터 한학과 서예를 익혔다. 22세때인 1920년엔 조선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 돈도암에 입산, 10년간 왕희지.조맹부.구양순 등의 서첩을 섭렵하며 서도에 전념했다.

32세때 귀향해 해방될 때까지 자하 신위(紫霞 申緯.1769~1845) 를 사숙하며 선비의 예를 두루 닦았다.

한국전쟁의 와중에 만석의 가산을 잃은 석전은 이후 지필묵과 시, 거문고만 벗하며 은거생활을 했다.

그러다 63세때 서예가에게는 치명적인 수전증이 생겨 붓을 놓아야 했으나 각고의 노력끝에 67세부터 악필법을 개발, 새로 일어섰다. 이후 오른손마저 마비가 왔지만 왼손으로 서예를 계속했다. 악필법은 작은 글씨나 세밀한 기교에 약한 대신 활달하고 웅장한 서풍을 보이게 된다.

석전의 서예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73년 전주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부터다. 주위의 권유에 못이겨 열었던 서예전이 "속기(俗氣) 를 벗은 고일(高逸) 의 경지"란 찬탄을 받았던 것.

행서와 초서에 특히 능한 그의 글씨는 강건한 획과 맑고 탈속한 기품이 특징으로 꼽힌다. 석전은 생전에 자신의 행운유수체'(行雲流水體) 에 대해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택했을 뿐 결코 서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강조했었다.

석전은 88년 중앙일보 초대로 호암아트홀에서 개인전을, 91년엔 예술의 전당에서 회고전을 열어 이름을 날렸고, 구례 화엄사 일주문.전주 오목대.금산사 대적광전 현판 등을 쓰기도 했다.

이번에 열리는 '석전 황욱 대서유묵전(大書遺墨展) '은 중앙일보사와 석전 기념사업회(회장 이연택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 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전시작은 아들 병근(전북도의원) 씨가 소장하고 있던 30여점으로 말년인 91~93년에 쓴 유작들이다.

90세가 넘어서 쓴 글씨지만 질박함속에 숨어있는 날카로움, 웅혼하고 탈속한 기상에서 노대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다.

병근씨는 "99년 전주국립박물관에 선친의 유작과 소장 고서화 등 5천여점을 기증하면서 이번같은 전시를 위해 남겨두었던 작품들"이라고 설명하고"전주국립박물관은 기증품을 기반으로 내년 5월경 별도의 석전전시실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02-399-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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