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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는 짧은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폴레옹」이 「유럽」을 제패하자 그는 노모를 찾아가 자랑을 했다. 『어머니 기뻐하십시오. 「유럽」은 저의 집안과 다름없이 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어떤 나라의 왕도 내 명을 거스를 수 없으며, 내 뜻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어머니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 권력이 며칠이나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권력의 자리에서 노화를 누리는 오늘의 기쁨보다도 자기는 그것을 잃고 탄식에 잠길 내일의 일을 근심한다고 했다. 과연 노모의 말대로 「나폴레옹」의 권력과 화광은 아침의 이슬과도 같은 것이었다.
화무십일홍 권도불십년이라는 말은 별로 새로운 말은 아니다. 누구나 다 알고 겪고 보는 일들이다. 역사책을 조금만 뒤져보아도 권력의 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쯤은 중학교 학생이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째서 권력을 쥔 사람들은 파멸하기 직전까지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일까? 거기에 바로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만 해도 그렇지 않았던가? 9·30 불발 「쿠데타」에 혼이 나고서도 「수카르노」는 여전히 자중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물가 문제로 「데모」가 일어 났을 때에도, 그는 장관 자리를 내줄테니 물가를 내릴만한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있거든 지망해 보라고 큰 소릴 치고 있었다. 국내 정세가 한창 긴장되어 있을 무렵에 그는 유유히 피서를 다니기도 했다. 생명의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수티온」의 목을 잘랐는가하면 광적인 서방 정세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가 화란 식민 치하에 있을 때에는 세계 제일의 고무 생산국으로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한 나라였다. 그런데 정치를 잘못한 탓으로 이제는 외원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된 나라이다. 「수카르노」가 그 권력을 좋은 면으로 사용했던들 오늘의 그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권력은 짧고 인간은 길다』는 것을 「수카르노」는 지금쯤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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