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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야당」경쟁으로 전락?|민중당서 제의한 「단일화후보」는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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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중당은 재야세력의 대통령후보단일화를 모색하도록 제의했다. 9일 박순천 민중당 대표최고위원은 『재야세력의 단일 대통령후보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대통령후보는 제1야당인 민중당 공천을 얻는 것이 마땅하며 다만 재야세력전체를 결속시키는데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는데 함께 논의할 용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신한당은 『민중당이 단일후보를 원한다면 스스로 자당의 후보공천을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응수, 사실상 차갑게 이를 외면했다. 대통령후보의 단일화는 야당세력의 숙망이긴 하면서도 가장 곤란한 작업이다. 대통령후보단일화를 목적으로 했던 야당의 통합작업이 벽이 부딪쳐 헤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바로 대통령후보경쟁에 있었던 사실이 이것을 실증해주고 있다.
민중당의 단일후보협상제의는 「협상할 수 있는 기초」를 모색하자는 정치적 「애드벌룬」이다. 민중당 정책위의장 이충환 의원은 『재야 각 당 대표들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실질적인 제안』이라고 말하고 『그 시기는 빨라도 8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야 각 당 협의체가 구성되면 대통령후보와 국무총리의 후보자를 함께 내세우고 선거에서 이기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구조를 개편, 국무총리에게 상당한 권력을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6개월 안에 단행할 것을 공약하며 재야 각 당의 연합공천도 함께 협의한다는 것이다. 이 구상은 단일후보 실현을 위해 필요한 요건이며 따라서 단일화협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수반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민중당은 단일화협상이 실현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세력은 한·일 협정을 둘러싼 비준파동을 겪으면서 분열했으며 강경과 온건의 대립은 적대관계로까지 굳어있다. 더욱이 민정으로 넘어가기 위한 지난번 선거에서 대통령선거에 참여했던 민정당이 대통령후보가 없었던 민주당을 눌러 대표야당이 되었던 교훈은 제1야당을 경쟁하는 재야 각 당으로 하여금 대통령후보의 지명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압력이다.
그러면서도 민중당이 협상을 적극적으로 제의하는 것은 여당의 단일화대통령후보를 요구하는 국민의 여망이라는 또 하나의 압력에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략적으로도 단일화모색을 통해 야당분열의 책임의 소재를 국민 앞에 뚜렷이 해줄 수 있다는 타산도 없지는 않다.
신한당은 민중당의 제의를 선의로 받아들이기보다 야당분열의 책임을 따지려는 정치적인 함정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이 때문에 단일화협상을 숫제 도리질한다.
신한당 대표 윤보선씨는 『야당이 단일화되기도 어렵고 단일 대통령후보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일화가 아니라 국민이 야당 중 어느 야당을 대표야당으로 지지하느냐는 것이고 또 집권정당의 부정선거 방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당 운영위원인 정성태씨도 『단일후보란 쓸데없는 수작이다. 야당 안의 가장 강력한 후보가 누구인가는 국민이 이미 알고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원내의석이 없고 통합야당인 민중당을 뛰쳐나온 손실을 메우지 못한 신한당은 윤보선씨가 야당의 최강자라는 확신과 윤씨의 대통령 선거운동결과로 얻을 이익에 당운을 걸고있는 형편이다.
민중당과 신한당의 이와 같은 대립된 이해 때문에 단일화협상은 애초부터 절망적인 것으로 단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중당은 제2의 신당이 출현되면 협상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성숙될 것으로 믿고 있다.
민중당이 협상을 제의하기에 호응할 때 신한당도 계속 외면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협상의문이 열리면 재야세력의 결속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선택을 명분으로 하게된다.
따라서 「국민의 당」파동에서 시작된 군정이후의 야당분열에 대한 책임의 소재가 논쟁거리가 되고 특정인에 대한 배제요건이 띄워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야당전체의 진지한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단일화 협상은 대표야당 경쟁으로 전락되어 한바탕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욱 높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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