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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 보인다 … 위기 속에도 길은 있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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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경기도 수원 사업장에서 갤럭시S3 3000만 대 판매를 자축하는 모습. 갤럭시S3는 올 5월 출시 후 5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량 30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 9월 선보인 갤럭시노트2는 두 달 만에 500만 대가 팔렸다. [사진=삼성전자]

2012년은 글로벌 경제가 뒤숭숭한 한 해였다. 미국이 재정절벽에 부닥칠 것이라는 우려에, 또 유럽 일부 국가가 부도(디폴트) 선언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노키아·소니·파나소닉 같은 유수의 기업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우리 기업들은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세계 시장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무역 규모는 올해 이탈리아를 제치고 8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혁신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애플과 경쟁을 벌이는 유일한 기업으로 우뚝 섰다. 스마트폰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삼성이 사상 처음으로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달성한 것도,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세계 1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것도 바로 올해다.

LG전자 역시 스마트 모바일기기 쪽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 ‘L시리즈’는 출시 9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 1000만 대라는 실적을 올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보다 9% 늘어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신흥시장뿐 아니라 재정 문제에 시달리는 유럽에서까지 판매가 크게 늘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북미 지역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품질’을 꼼꼼히 따져 선택을 한 결과 현대차 점유율이 크게 올랐던 모습이 올 들어 세계 시장에서 재현되는 듯하다.

STX는 올해 선박 101척, 67억 달러(약 7조2000억원)어치 수주 실적을 거뒀다. 세계 조선·해운 시장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STX중공업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초대형 발전 플랜트를 수주했으며, 효성은 카타르 전력망 확충 프로젝트에서 변전소 공사 계약을 해냈다. 한화건설은 8조6000억원 규모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따내면서 한국 건설산업이 ‘해외 누적 수주액 5000억 달러 돌파’라는 역사를 쓰는 데 역할을 했다.

화장품들도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늘었다. LG생활건강은 일본 화장품 ‘긴자 스테파니’를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기를 맞아 움츠리기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GS칼텍스는 고부가가치 경질유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건축·인테리어 자재기업인 LG하우시스는 친환경 고기능 소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터치스크린 패널용 소재 등 소재산업 육성에 대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식품 기업인 CJ는 식품회사에서 유통·문화·콘텐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쪽에 투자를 꾸준히 늘려온 결과다. CJ는 올해 처음으로 유통·문화 사업군의 매출이 식품 사업을 앞질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차세대 대형 여객기인 프랑스의 에어버스 A380을 올해 1대 더 추가해 총 6대로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등석 좌석에 문을 달고,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잘 수 있도록 꾸미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열심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119개인 취항도시를 2019년까지 140개 도시로 확대하기로 했고, 아시아나는 항공권뿐 아니라 호텔과 렌터카까지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유통업의 강자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고, 대규모 교외형 복합 쇼핑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애경은 ‘스마트 그린 경영’을 미래 경영방침으로 내걸고 친환경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게임 요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접목한 금융상품도 내놨다. SK텔레콤과 KT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로의 전환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한편에서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더 늘려가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을수록 사회에 따뜻함이 필요한 계층이 많아진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두산은 올 초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과 함께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을 지원하는 ‘드림 스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두산 임직원이나 각 분야 유명인사가 멘토로 참여해 ‘꿈 찾는 방법’을 강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부터는 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을 하는 ‘시간여행자’ 사업도 하고 있다.

SK그룹은 사회적 기업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국전력은 기존의 사회봉사단과 119재난 구조단에 이어 ‘사회적 기업 지원단 해외봉사단’을 올해 새로 만들었다. 한국가스공사는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 지원을 늘렸고, 동티모르· 몽골· 베트남 등 지원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의로운 시민 영웅을 찾아 격려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아우디는 나무 심기를 통한 숲 조성 사업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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