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기선거운동 선풍을 경계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총선거를 1년 남짓하게 앞둔 최근 갑자기 불법선거운동이 운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소위 공화당 사전조직이 운위된 것이 불과 몇 해 전인데 이제 또다시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이 크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이 나라 백성들이 얼마나 건망증에 걸려있는가를 입증하는 것 같다.
민중당은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면서 관계장관들을 힐난하고 있는데 과연 그것이다 사실인지는 물론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허구 선전하는 것이라면 비난을 받아야할 자는 민중당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민중당자신의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당의 불법성을 공격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자기당의 정당성을 선전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동정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중당이 주장하는 바 공화당의 제반 사전 선거운동의 사례가 사실이거나, 혹은 사실에 가까운 것이라면 문제는 결코 간과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공화당의 말단 조직을 불법적으로 강화하고 또 소위 「영농 합리화 운동」을 내무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점에 대해서 민중당이 크게 신경을 쓰는 것이 이유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집권당이 집권을 연장하려고 하며 야당이 차기집권을 기도한다는 것은 하등 괴이할 것이 없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그 방법론이나 경쟁의 「룰」은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함을 기하지 않으면 아닐 될 것이다.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는 탈선이 자행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국가대사를 그르치는 것이며 백년의 대환을 남기게 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선거실태가 종래 어떠하였던가를 잘 알고 있다. 부정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설사 어떠한 술책을 농하며 어떠한 탈법을 획책할지라도 결국은 국민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저 4·19는 이러한 사정을 웅변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일반적으로 말해서 선거선풍이 너무 일찍부터 불기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성급한 움직임은 다가오는 선거가 유례없이 균열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렇게되면 따라서 부정이 개입할 문호가 개방되기 쉽다는 것도 사실이다. 열광되기 쉬운 우리나라 직업정치인들이 개인적인 영달을 위하여 다소라도 이성을 떠난 행동을 할 눈치를 보이기만 하면 총 파탄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공무원들까지 정치적 「보스」들에게 지나친 아류와 과잉충성을 하게되면 공명선거란 기대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당분간 선거운동의 휴식을 요청하고자 한다. 적어도 선거문제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없기를 우리는 바라는 것이다. 선거운동은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행정의 침체와 탈선이 수반되기 일쑤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정치와 행정의 엄격한 분립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정치에의 과욕이 행정의 공백 내지 과오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은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전선거운동시비에 관해서는 집권당 측이 한층 세심한 주의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화당은 어디까지나 집권당다운 여유있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라는 바이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