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맥주 V파티 김빠져서 못하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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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하는 소리와 함께 병 뚜껑이 열리고 솟구치는 샴페인을 서로의 머리에 부으며 난장판이 벌어진다.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자칫하면 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는 보기 힘들 뻔했다.

버드 셀리그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지난달 11일 미국을 강타한 테러 사태 희생자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샴페인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8개 포스트시즌 진출팀에 보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지난 13일(한국시간) 가장 먼저 리그 챔피언십에 오른 죄(?)로 맥주와 물을 뿌리며 자축해야만 했다.

샴페인이 빠진 분위기는 당연히 김빠진 맥주같았다. 누구보다 테러 희생자를 위한 기금 마련에 앞장섰던 애틀랜타의 구원투수 마이크 레믈링거(35)는 "지난 8개월간 포스트시즌까지 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선수들에 대한 응당한 대접이 아니다. 선수끼리만 조용히 샴페인으로 축하하면 될텐데…"라며 샴페인 대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희생자는 애틀랜타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힘겹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 진출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기쁨에 겨운 나머지 샴페인을 터뜨리며 좋아들했다.

샴페인을 마신 애리조나와 못마신 애틀랜타는 오는 18일부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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