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43살의 노익장, 훌리오 프랑코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 메이저리그 엔트리가 40인으로 확대되면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왕년의 스타였던 훌리오 프랑코를 전격 영입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구? 훌리오 프랑코? 그가 아직도 선수로 뛰고 있단 말이야? 그는 무려 43살이야.”

1997년에 마지막으로 밀워키에서 뛴 이후 프랑코는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진 선수였다. 1999년 템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 한타석에 깜짝 출전하긴 했지만 팀성적이 초라했던 데블레이스 구단의 팬서비 일환이였다.

1982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데뷔한 도미니카 출신의 훌리오 프랑코는 97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활약할 때까지 16년간의 메이저리거 생활을 통해 통산 타율 .301를 기록한 대단한 타자였다.

선수로서의 최고 영예인 메이저리그 올스타 MVP(90년)와 아메리칸리그 수위타자(91년, 0.341)를 했던 프랑코는 97년 이후 마이너리그와 멕시칸리그를 전전해야 했다.

심지어 일본의 지바 롯데 마린스와 한국의 삼성 라이온스에서까지 활약하는 등 점점 메이저리그와 멀어져 갔다.

그러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1루수에 대한 처절한 고민은 결국 오래전의 추억을 부활시켰다. 터줏대감이었던 안드레스 갈라라가의 이적후 생긴 공백은 브레이브스를 시즌내내 괴롭혔다.

공백을 메워주리라 기대했던 리코 브로냐는 부상으로 은퇴했고 데이브 마르티네즈나 켄 케미니티는 기대에 못미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프랑코를 영입한 것이다. 공식나이는 40살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43살인 그는 타격능력에 대한 우려 보다는 수비의 공백이 우려됐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후반기 25경기에 출전한 프랑코가 팀의 2번타자로 활약하면서 거둔 성적은 타율 .300, 홈런 3개, 11타점. 도저히 43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이었다. 걱정스러웠던 수비도 실책 1개만을 기록하며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빛을 발한 것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였다. 프랑코는 애스트로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1, 3차전에서 각각 2개씩의 안타를 기록하면서 챔피언십 진출에 일등공신이 됐다.

프랑코는 한국에서도 엄격하고 철저한 몸관리로 정평이 나있던 선수였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는 법이 없다.

또한 하루 5, 6끼의 식사와 함께 과일 주스를 많이 마시는 한편 술, 담배와는 철저히 담을 쌓는 등 철저한 몸관리로 40살이 넘는 나이에도 전성기 못지 않은 체력을 유지해 왔다.

철저한 몸관리가 43살의 노익장을 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앞으로 그가 챔피언 시리즈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내년에도 빅리그에 남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올시즌 프랑코의 활약은 모든 팬들의 기억에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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