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정수 조직위원회 경기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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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역사적인 월드컵을 잘 치러 내는 일 또한 즐거운 축구인생이라 생각합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와 30년 가까운 은행원 생활을 거쳐 인생의 황혼기에 축구행정가로 2002월드컵축구대회를 준비하며 제2의 축구인생을 살고 있는 이가 있다.

월드컵한국조직위원회(KOWOC) 조정수(57) 경기국장. 한국의 10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본선 32개 경기 및 각종 월드컵 관련 회의 일정조정은 물론 각국 월드컵 준비캠프 답사단의 일정 조정과 안내, 팀 연락관 선발 및교육 등과 관련된 업무가 그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

경기나 회의 스케줄 조정과 준비캠프 관련 업무는 여러개의 관련조직과 일일이 접촉하면서 확인을 거듭해야 하는 일이어서 단 하나도 간단한 것이 없다.

또 적은 인력으로 국내 준비캠프 예정지 답사를 위해 한국을 찾는 본선 출전국 답사단 일정을 짜고 일일이 안내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부하가 걸리는 경우도 적지않다.

더욱이 경기 배분이나 준비캠프 홍보 문제 등을 놓고 이해가 걸린 각 자치단체가 막무가내로 무리한 요구를 해 오거나 각 지역 유치본부에 경기부가 따로 없어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난감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조 국장 자신이 선수 출신으로 축구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은행원출신으로 남달리 꼼꼼하게 일을 처리, 그동안 쏟아지는 업무를 무리없이 소화해 냈고 12월 조추첨을 전후해 쏟아질 많은 양의 업무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56년 중학교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조 국장은 고교졸업 후 당시 실업팀이던 금성방직과 양지를 거쳐 서울은행팀에 입단했다.

또 64년 청소년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기 시작한 조 국장은 65년 성인대표팀에 발탁돼 멕시코월드컵 예선에 출전, 당대의 스타급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던 중 부상, 결국 73년 선수생활을 접었다.

선수생활을 마감한 그는 소속팀 모기업인 서울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새로운 삶에 뛰어들었지만 축구밖에 모르던 그가 은행일을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선수 특유의 뚝심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지점장 자리까지 오른 뒤 성공한 은행가로 98년 은퇴했다.

30년 가까운 직장생활 중에도 축구와 끊임없이 인연을 이어온 그는 은퇴와 함께 축구협회 이사와 상벌위원장으로 다시 축구판에 뛰어들었고 지난해부터 조직위에 몸담게됐다.

은행 근무 당시의 버릇 때문에 요즘도 동료들보다 30분 먼저 출근, 하루 일과를 점검한다는 조 국장은 "축구와의 인연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다"며 "월드컵을 잘 치러내는 일이 한국축구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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