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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끝난 공공기관 CEO·감사에 대선 전 청와대 출신 상당수 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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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기업·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해서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대선을 앞두고 공기업·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CEO)와 감사 자리에 청와대 출신 등이 상당수 선임됐다. 이를 두고 ‘미리 자리 하나 챙겨주자’는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이달 중순 현 정부에서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을 지낸 남양호씨를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에 임명했다. 대선 직전인 17일에는 조환익 전 산업자원부 차관이 한국전력 사장에 선임됐다.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공모 과정을 철저히 거쳤지만 ‘청와대 내정’ 인사라는 소문이 돌았다.

 감사 자리도 많이 바뀌었다. 정권 말에 공공기관 감사 인사가 잦은 것은 2010년 말~2011년 초 임명됐던 감사들의 임기(2년)가 끝나가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공기업·공공기관의 CEO와 감사를 대거 바꿨다. 두 차례의 감사 임기가 지나면서 정권 말에 인사 수요가 몰렸다. KOTRA는 지난 10일 유현국 전 청와대 정보분석비서관을 신임 감사로, 한국감정원은 이달 초 유정권 전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을 상임 감사위원에 임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10일 청와대 서민정책비서관을 지낸 박병옥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성환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상임감사로 갔다.

 금융계와 금융공기업도 낙하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여름 신용보증기금은 이사장 공모를 둘러싸고 내정설이 돌면서 파행 끝에 공모 자체가 없던 일로 됐다. 결국 퇴임 기자회견까지 했던 안택수 신보 이사장이 재연임됐다. 9월 국감에선 예금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조폐공사 등 금융공기업 감사 자리에 청와대 출신이 들어서면서 “정권 말기 보은 인사”라는 야당의 비판이 거셌다.

 낙하산 인사가 비판받는 것은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에게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 고위직을 전리품처럼 나눠줘서다. 정작 관가에서는 관료 출신을 무조건 ‘낙하산’으로 몰아붙이는 여론에 공감하지 않는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은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관료 출신만큼 검증된 사람이 많지 않다”며 “공기업 소관 부처와의 업무 관련성을 감안하면 관료 출신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부처의 한 장관은 “청와대에서 오래 고생한 민간 출신 인사에게 적절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까지 비판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나 업무 연관성이 없는 부처 출신 공무원이나 군경 출신, 정치인 출신들이 공기업 감사 자리에 오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입안에 참여했던 이창원(한성대 교수·행정학) 정부개혁연구소장은 “법이나 제도가 미비해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국은 청와대 인사가 핵심”이라며 “청와대 인사가 전문성 위주로 단행되면 공무원·공기업 인사도 정치 바람을 탈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유민봉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기업을 정책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기관장 낙하산 논란도 없을 것”이라며 “기관장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하더라도 기관장을 감시·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와 감사까지 정치적으로 임명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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