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근혜 정부 어떻게 달라지나 - 경찰·검찰 개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선수 치고 나간 경찰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큰 폭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찰이 먼저 선수를 쳤다. 경찰청은 최근 ‘수사권 공약 구체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조만간 이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며, 검찰은 송치 이전에는 수사 지휘를 할 수 없다. 다만 검찰은 송치 후 ▶경찰관 비위나 인권침해 조사 ▶공소제기·유지 등을 목적으로 수사를 한 뒤 기소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일본식 모델이다.

송치 이전에도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고, 대부분의 수사권을 검찰이 갖고 있는 국내 수사 구조를 바꾸자는 취지다. 영·미식 사법제도는 기소(검찰)와 수사(경찰)가 엄격히 구분돼 있다.

 경찰은 또 경찰의 영장 신청에 대한 검사의 심사를 제한하고,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주지 않으면 경찰이 관할 ·지방법원에 불복절차를 밟을 수 있는 방안도 제안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제한을 둬 검경 이중 조사의 폐해를 없애는 방안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공판 중심주의에선 조서보다 증거가 더 중요하다. 경찰과 검찰에서 똑같은 얘길 두 번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찰의 방안이 현실화하려면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을 고쳐야만 한다.

 경찰은 숙원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새 정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정부 때보다 커졌다고 보고 기대한다. 박 당선인이 “현장 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포함해 상당 부분의 수사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또 “수사와 기소 분리를 목표로 하되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수사권 분점을 통한 합리적 배분’이란 표현이 모호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던 경험 때문이다.

 경찰 인력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임기 5년간 해마다 4000명씩 총 2만 명을 증원한다는 게 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라면 경찰은 검찰과 함께 수사권을 나누며, 조직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인수위 논의 과정에서 국가 경찰과 지역 경찰을 나누는 ‘자치경찰제’ 도입이나 경찰대 폐지안 등 ‘경찰 개혁안’이 거론될 수도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한 대응 논리도 개발 중이다.

정강현 기자

수세 몰린 검찰 반격

새 정부 들어 개혁의 우선 대상으로 꼽히는 검찰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개혁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개혁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25일 경찰이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선수를 치고 나오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초기 경찰 수사단계에서 검찰 지휘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대검의 한 간부는 “경찰권 남용을 방지하고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헌법에도 위배되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수사권 조정 외에 박근혜 당선인이 추진할 검찰 개혁의 큰 방향은 검찰권의 분산과 조직의 축소로 압축된다. 검찰권 분산의 핵심은 ‘특별감찰관제와 연계한 상설특검’ 도입 추진이다. 이는 지금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등 검찰이 맡아왔던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 수사를 새로운 수사 기구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대형 비리 사건 수사 때마다 반복되는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의 고리를 끊고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 권한을 분산할 때가 됐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특별감찰관제와 연계한 상설특검’의 골자는 조사와 수사의 분리다. 국회가 추천하는 특별감찰관이 권력형 비리를 조사해 고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 상설특검이 이를 수사해 기소한다. 상설특검은 고소·고발 없이 자체 착수하는 ‘인지(認知)수사’ 기능은 갖지 않는다. 조사·고발 권한과 수사·기소 권한을 분리함으로써 현재의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을 나누고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안은 대검 중수부장, 대법관을 지낸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기초했다. 원안에는 대검 중수부를 존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광준 검사 뇌물수수’ 사건과 ‘성추문 검사’ 사건 등으로 촉발된 ‘검란(檢亂)’ 사태 이후 민주통합당 안과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도 중수부 폐지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특수부 검사들을 중심으로 상설특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다. 특수부 출신의 한 부장검사는 “상설특검은 ‘제2의 검찰’을 만들어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무력화하고 검찰을 정치권의 통제 아래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 추진 과정에서 조직적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향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검찰 개혁 분야 책임자로 누가 임명되느냐가 개혁의 방향과 수위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