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늘 나누며 살라시던 아버지 … 가는 길 편하시라 장기기증 결심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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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하태월

추락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가 자신의 장기를 성탄절 선물로 내놓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만성질환자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간 이는 전북 전주시에 사는 하태월(55·건설업)씨. 하씨는 20일 오후 1시쯤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있는 건물의 외벽에 페인트칠을 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머리를 크게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22일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다.

 하씨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슬픔을 삭이면서도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천주교 신자였던 하씨는 평소 “사람이 먼저”라고 강조하곤 했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 무엇이든 챙겨 주는 데 앞장설 정도로 인정이 많았다. 아들(27·대학생)은 “‘땀 흘려 정직하게 살되 내가 가진 것을 주변에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뜻을 살리자는 의미에서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북대병원은 23일 하씨의 간과 신장 하나를 환자 2명에게 이식했다. 다른 신장 하나는 또 다른 환자를 위해 충남대병원으로 보냈다.

 간을 이식받은 강모(49)씨는 “성탄절을 앞두고 큰 은혜를 받았다. 얼굴도 모르는 분이 새로운 생명을 나눠 준 만큼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나보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중증 간암 환자인 강씨는 그동안 시한부 인생이었다. 지난 3년간 수술을 받기 위해 수차례 입원했지만 기증받은 간의 상태가 좋지 못해 번번이 이식수술이 무산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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