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자원봉사임종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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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을 남과 함께 나누며 살아야죠. "

충청남도 천안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 기간 중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임종성 (52) 씨. 체전이 시작된 10일부터 지프를 몰고 다니며 길 안내는 물론이고 행사진행요원등의 이동을 돕고 있다.

예산군청에서 기능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서슴지 않고 지원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생업과 가장 관련이 깊은 운전과 길 안내를 지원한 것이다. 아마추어 무전단에 속해 있어 천안 외곽으로 나가더라도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무전통신 한통화면 모든 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체전 말고도 임씨가 하고 있는 봉사는 많다. 아마추어 무전단 차원에서 1주일에 한번씩 소년소녀가장을 방문하며 지원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다며 몇몇 독거노인들을 돕고 있다는 말도 했다.

"꿈이 하나 있는데 웃지 마쇼. 난 지금도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소. 어느 정도가 되면 땅을 사서 그 위에 가건물이라도 짓고 홀로 지내시는 노인들을 모시고 싶소. "

거기엔 각별한 사연이 있다.

그는 유복자다. 6.25전쟁 당시 그가 태어나기 15일 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이후 큰집에 머물면서 중학교까진 졸업했지만 이후엔 어머니와도 헤어져 살아야 했다. 결혼하기 전까지 그도 어머니도 서로를 찾지 않았다. 나이 서른이 다 돼 한 가정을 꾸리고 나서야 어머니를 찾았다.

실패도 많았다. 중학교 졸업 이후 떠돌이 생활을 하며 막노동해 모은 돈으로 79년엔 12마리의 도입소를 사 낙농인의 꿈을 펼치려했다. 하지만 집까지 날리고 또다시 가족들과 셋방 생활을 하며 3년여를 지냈다.

83년 우연히 기능사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해 20여년간을 보건소와 군청에서 일하며 본격적인 정착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는 어머니는 물론이고 장모님도 함께 모시고 있다.

떠돌고 떠돌다 보니 세상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임씨는 지긋이 웃었다.

"인생은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은 거 아니겠소. 이래저래 살다보니 가족의 정을 느끼는 사회가 가장 좋은 거 같아요. "

천안 = 체전취재반

가장 좋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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