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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양당대결의 기본 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본 자동차의 도입중지결의안이 폐기된데 반발한 민중당은 국회재경위에서의 대일 청구권자금 제 1차년도 사용계획동의안 심의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민중당 측은 공화당 측의 협상종용에 대해 일산 차 도입 중지만이 유일한 협상전제라고 고집하고 있다. 앞으로 양당간에 어떤 합의가 성립될는지 모르겠으되, 우리는 청구권자금사용계획 동의안심의에 민중당이 참가치 않겠다는 태도 자체를 주시하고 싶다.
일제 승용차의 도입과 그에 대한 과세문제는 관계법규의 미비와 아울러 고도의 정치성을 띠고 있어 국회양당간에 원만한 합의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이 안건의 상정·심의·처리경위가 응변히 입증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일제승용차 도입문제에 대한 국회처리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던가는 의문이 많다. 그렇지만 일산 차 도입문제와 대일 청구권 사용계획 동의안심의를 결부시켜 일산 차 도입을 중지시키지 않는다면 청구권사용계획심의에 응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이 두 개 문제는 서로를 독립한 별개의 문제일뿐더러 청구권사용계획 동의안을 초당파적 입장에서 심의·결정하는 것은 국가적인 요청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는 청구권자금사용 계획안에 대하여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주로 청구권자금을 사용하는데 전국민의 의사를 반영시키기 위한 조처였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결정이 주로 어느 측의 주장에 의해 행해졌던가를 묻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일단 이런 결정이 행해지고 대일 청구권자금 제1차 년도 사용계획 동의안을 작성하는데 있어서 원내야당이 심의참가를 「보이코트」한다는 것은 청구권자금사용계획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주도록 하자는 정신을 유린하는 것이요, 외교문제를 또 다시 정쟁의 과중에 몰아넣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작년 비준파동을 계기로 민중당소속 의원의 대다수가 심한 여론의 비난을 받아가면서 원내에 복귀한 것은 한·일 문제를 비롯하여 모든 문제를 의회정치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내에서의 조용한 정책대결을 다짐하고 나섰던 민중당이 그들로 하여금 국회를 이탈케 했던 한·일 문제의 연장을 가지고 또다시 극한투쟁에 가까운 자세를 위하고자 한다는 것은 원내복귀 이후 그들의 정치노선에 대해 스스로 회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 점을 구차스러이 따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만 의회정치를 통한 한·일 문제의 전진적인 해결이 원내복귀 이후 민중당의 기본적인 자세였다고 하면 적어도 대일 청구권자금 제1차 년도 사용계획에 대해서는 동당이 만난을 무릅쓰고 심의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 아니겠는가고 생각한다.
국회운영이 「데드·럭」에 부닥칠 적에 그와 같은 사태를 조성시킨데 대한 책임의 가장 큰 부분은 다수당에 있는 것인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국회를 다수당의 의원부 총회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다수당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관례야말로 소수당으로 하여금 극도의 반발을 자아내게 하는 소인을 이루는 것이다.
작년 한·일 협정비준 과정이 여당의 일방적 강행으로 끝났다는 것은 국가·민족을 위해 심히 불행한 일이었다. 이제 집권당이 재야당을 설득하여 공통심의의 광장을 발견치 못하고 대일 청구권 제1차 사용계획 동의안을 제멋대로 통과시킨다고 하면, 소당파 외교란 도저히 바랄 수도 없게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집권당이 어디까지나 관용과 인내의 정신을 발휘하여 반대당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공통된 광장을 발견하는데 최선을 다해 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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