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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형제, 강도를 잡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0만원의 돈 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장모가 강도를 만나 빨래방망이로 머리 등 온몸을 마구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죽기 직전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사위 형제가 장모인줄도 모르고 15분간 강도와 격투 끝에 장모를 구하고 강도도 잡았다.
24일 밤 8시50분 서울 동대문 시장 안에서 포목점을 경영하는 최예정 (54·여·종로구 혜화동 26의 12)씨는 현금 6만7천7백원, 보수 12만3천5백원, 옷감 9벌이 든 보자기를 들고 혜화동 45의2 가로등 없는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몽둥이로 뒤통수를 맞았다.
그러나 최 여인은 보자기를 악착같이 움켜잡자, 강도는 『보따리를 놓아라, 그러면 산다』 고 속삭이며 방망이로 최 여인의 머리와 전신을 마구 갈겼다.
최 여인은 이때 강도에게 피습 당한 줄 의식하고 『불이야』고 고함치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보따리를 놓지 않았다.
이때 이수성 (30·서울법대 조교·혜화동 29의 22)씨와 동생 수인 (26·공군 중위)씨가 집을 나오다가 『불이야』하는 소리를 듣고 뛰어나와 형 이씨는 온몸이 피에 물든 최 여인을 엉겁결에 업고 인근 수도 의대 부속 병원으로 달려가고 이 중위는 강도와 15분 동안이나 격투를 벌였는데 이 소동에 뛰어나온 주민들은 멍하니 구경만 했고 서로가 숨이 턱에 닿아 말문이 막힌 이 중위와 강도는 모두 기진맥진 한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서있었다.
이때 주민들의 신고로 불과 2백여「미터」 거리인 동소문 파출소 순경 2명이 달려와 범인을 인계해갔다.
최 여인은 이날 밤 11시 뇌혈관 파열 및 전신 타박상을 입고 수도 의대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는데 25일 상오 현재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고 이수성씨는 병원에 와서야 최 여인이 바로 자기 장모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이 중위는 이날 밤 서울 동대문 경찰서에서 『이놈에게 지는줄 알고 그대로 갈 생각이 떠오르곤 했으나, 그대로 지나쳤더라면 일평생 마음속 깊이 수치의 멍이 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피묻은 주먹을 내보였다.
24일 밤 서울 동대문 경찰서는 범인 김상철 (34·인천시 금곡동 19)을 강도 상해 혐의로 긴급 구속했는데 김은 경찰 신문에서 이날 저녁 7시쯤 종로 5가 모 상점에서 20원을 주고 방망이를 사서 강도할 것을 결심했는데 첫째로 걸린 것이 최여 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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